『美호황은 거품 최후승자는 日』…이시하라 기고 또 화제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7분


“부자(일본)가 먹을 양식이 없어 고민하는데 빈자(미국)가 잘 차려진 세끼 밥상을 꼬박꼬박 받아먹는 것은 일본이 ‘조공(미채권 구입)’을 바쳐왔기 때문이다.”

“미국 거품이 꺼지면 세계 공황이 발생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일본의) 물건 만드는 기술과 능력이다.”

89년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소니회장과 함께 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郎)전 참의원 의원이 일본 문예춘추 5월호에 ‘다시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기고했다.

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경제 모델이 최근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가 무성한 가운데 나온 이시하라 전의원의 이번 기고는 벌써부터 미일 양국에서 비판과 찬사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시하라의 주장은 일본이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평가절하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85년 이후 세계 최대의 빚쟁이로 부상한 미국이 최근 번영을 구가하는 것은 최대 채권국 일본이 미 재무부채권을 열심히 사주는 등 ‘물건 팔아 번’돈으로 미국내에 투자한 덕택이라는 것.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은 여전히 최강이며 미경제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일본에 유리해진다는 주장. 그는 특히 2천조엔에 달하는 미국 개인자산중 저축은 17%에 불과한 반면 주식투자는 30%나 차지, 주가 폭락의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안보문제에서도 꿇릴 게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입버릇처럼 ‘버든셰어(부담을 나누자)’를 내세우지만 걸프전에서 일본의 하이테크무기가 크게 기여했듯 일본이 미국의 안보전략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

이시하라는 미국이 이같은 ‘열세’를 △세계통화 달러화를 마냥 찍어낼 수 있는 자국의 특수한 입장 △최강의 군사력 △미국표준을 세계표준으로 강요해가는 작업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시하라가 결론적으로 주문한 일본측 대응방안은 한국 입장에선 섬뜩하기만 하다. 헌법을 파기, 고성능무기를 바탕으로 독자방위력을 키우라는 것. 또 재무부 채권의 대량 매각을 외교협상 카드로 활용, 서방선진국들의 무리한 요구를 맞받아치라고 주문한다. 채권을 팔거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탈퇴해 아시아통화기금을 조성, ‘엔 공영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박래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