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날씨가 달라졌다. 단순히 덥거나 춥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다. 사과 산지가 강원도 산간까지 북상하고, 우리 바다에서 참다랑어가 떼지어 잡힌다. 매년 반복되는 기록적인 폭염·폭우와 대형 산불과 가뭄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뉴노멀’이 됐다.
흔히 기후위기 대응을 논할 때 온실가스를 줄이는 ‘탄소중립(완화)’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기후적응’을 두고 무엇이 우선인지 묻곤 한다. 하지만 이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이 근본적인 치료라면, 기후적응은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튼튼한 방패다. 수레바퀴의 두 축처럼 함께 굴러가야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는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체계를 한층 더 견고히 하고자 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전례 없는 기후재난 앞에서 과거 통계에 의존한 설계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앞으로는 댐의 유역가능최대강수량(PMP) 산정 시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극한 호우에 대비할 것이다. 홍수 발생 시 인근 댐·저수지 간 수문 연계를 강화하고, 가뭄 취약 지역에 대해서는 물그릇 간 관로 연결을 추진한다.
기후재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해 예·경보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10분 단위의 홍수 예보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겨울철 도로 결빙 위험은 12시간 전에 미리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또 AI를 기반으로 국가산불위험예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여 산림 재난에 철저하게 대비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의 철학을 기후 정책에 깊이 투영했다. 폭염과 한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내년부터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후 취약계층이 일상 공간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야외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기후보험을 시범 도입해 촘촘한 기후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다.
경제와 산업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이 미래의 기후위험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기후공시에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도 정교하게 개편해 관련 산업 민간 투자와 신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또 태양광, 풍력 관련 기상예측 정보 등 산업계 수요에 맞는 기상정보를 제공해 우리 산업 발전에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다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농어촌 현장에는 스마트 생산시설 보급을 확대하고 내한성 과수 등 기후적응형 품종을 누적 449종 개발해 현장에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또 농어업 재해보험의 보장 범위(품목, 지역 등)도 현실화하며 농어민들의 시름을 덜어드리고자 한다. 이 모든 과제를 힘 있게 완수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기후적응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는 기후위기 적응이 단순한 정책 과제를 넘어, 국가가 국민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이 위협받지 않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번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을 통해 기후위기에 단순히 ‘견디는’ 나라가 아니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기후위기 대응 선도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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