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세상을 재편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도시에서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행정은 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주는 기반이 바로 ‘공간정보’이며 앞으로 도시 운영체제(OS)의 핵심 인프라가 될 자산이다.
최근 인천시가 중장기 공간정보 종합계획을 수립해 도시 전체를 지도 위에서 읽고, 데이터를 통해 예측하며, 현장에서 해결하는 행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흐름의 상징적 장면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국정과제를 지역 차원에서 구체화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 시대의 도시 문제는 모두 공간에서 출발한다. 침수, 교통, 미세먼지, 건축 안전, 돌봄 서비스까지 모든 현안은 특정 지점과 구역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공간정보는 행정 데이터의 최상위 자산이며 정밀한 위치와 시간 정보가 확보될 때 AI는 도시의 두뇌처럼 작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는 공항·항만·산단·신도시·구도심이 뒤섞인 복합 도시 구조, 기후 위기와 고령화, 교통 혼잡 같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천시처럼 대규모 항만·공항을 동시에 품은 도시는 디지털트윈과 드론 기반 3D 지도, 고정밀 측위 기술 등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도시를 통째로 모니터링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증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 단순 조회 시스템을 넘어 도시 인프라와 환경, 교통, 안전을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통합 관리하는 운영체제 수준으로 발전하면 행정의 대응 속도와 정확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도시를 움직이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공간지능 AI 시티’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정밀 측량과 3D 모델링을 수행하는 공간기술 인력, 드론·위성 데이터를 다루는 공간 데이터 엔지니어, 패턴을 분석하는 AI 전문가, 기술을 행정과 정책으로 연결하는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 지역 대학과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실험실 삼아 디지털트윈, 도시 데이터, 공간 AI를 직접 설계·운영하도록 기회를 열어준다면 도시 경쟁력과 청년 커리어가 동시에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우리 도시들이 공간지능 AI 시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공간정보 정책을 단순한 행정 지원 시스템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시정·도정 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둘째, 각 도시가 구축 중인 디지털트윈·도시플랫폼을 AI 기반 도시운영 OS로 고도화하고 데이터 품질·표준·보안 체계를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셋째, 지자체·중앙정부·대학·기업이 참여하는 상시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실증-확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해 교육-연구-현장 프로젝트가 도시 문제 해결로 환류되는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정밀한 지도 위에 AI를 더하고 이를 운영할 인재를 길러낼 때 비로소 AI 시티 구상은 선언을 넘어 현실이 된다. 우리 도시들이 기술과 사람을 함께 키우는 진정한 공간지능 AI 시티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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