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경제정책 주도…「경제살리기」 목청높여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13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특별회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야당의원들이 내수불황과 금융불안을 초래한 경제정책 실패를 강도높게 추궁하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간 나오토(菅直人)민주당대표는 총리의 무능을 성토한 뒤 ‘헤이세이(平成)뉴딜계획’을 차트와 함께 제시, “6조엔의 항구적 감세와 4조엔의 미래형 투자를 통해 일본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기세를 올렸다.

하시모토총리가 9일 발표한 4조엔의 추가감세와 재정구조개혁법 개정은 자민당 등 연립여당에서 건의한 것이었다. 지난달 26일에 나온 16조엔의 경기대책은 물론 작년 12월의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한 30조엔 공공자금 투입대책도 자민당 작품이었다.

이처럼 최근 선보인 일련의 주요 경제정책들은 관료집단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일본경제를 좌지우지해온 대장성의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마련한 정책을 추인, 집행하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푸념이 경제부처에서 나오고 있다.

내정간섭에 가까운 내수부양책을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 미국도 압력대상을 가스미가세키(霞が關·대장성 등 관청이 모여있는 지명으로 일본 관료집단을 상징)가 아니라 자민당으로 바꾸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정당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 정당은 그동안 정권을 잡는데 관심을 뒀지 경제정책은 별로 챙기지 않은 채 대장성을 중심으로 한 관료집단에 일임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우선 관료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 ‘뒷북행정’으로 장기불황과 금융불안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데다 부패사건이 겹치면서 관료는 정치인보다 더 불신받는 집단이 됐다.

7월 참의원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와 표 때문에 정치권의 ‘경제 살리기’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더욱이 일본 정치인들의 ‘경제실력’은 웬만한 경제현안에 관한 토론이 가능할 만큼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경제정책 주도권이 완전히 정치권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주식회사 일본’을 이끌어온 관료집단은 부패사건의 충격을 딛고 경제정책의 헤게모니를 되찾을 전략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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