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 「한지붕 두거물」, 금융신화 창조할까

  • 입력 1998년 4월 12일 18시 59분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 ‘시티그룹’의 탄생을 발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시티코프의 존 리드회장(59)과 트래블러스그룹의 샌포드 웨일회장(65).

둘은 모두 금융계의 거인.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을 뿐만 아니라 개성 또한 판이하다.

웨일회장은 전형적인 수완가. 뉴욕의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브루클린의 ‘야심’과 월가의 ‘약삭빠름’을 모두 갖췄다. 그는 누구와도 쉽게 사귀는 친화력이 대단해 고위층과 가까운 것은 물론 충성스러운 심복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반면 리드회장은 사려깊은 전략가.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항상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MIT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사람을 다루는 일보다는 첨단기술을 익히는데 더 익숙하다.

코넬대를 졸업한 웨일회장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장을 거쳐 93년 트래블러스의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이 회사를 세계최대의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키운다. 이를 위해 가차없는 비용절감과 근로자 해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리드회장은 한 우물만을 파왔다. 시티은행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84년 모기업 시티코프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러던 그에게도 91년 시티코프의 주가가 폭락하는 시련이 있었으나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이 회사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 ‘누가 뭐래도 내가 최고’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닮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시티그룹’이라는 한지붕 아래 두 금융계 거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김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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