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貨-주가-채권값 「트리플 약세」…불안 맴돌아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34분


3일 엔화 주가 채권값이 한꺼번에 폭락하는 ‘트리플 약세’로 일본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미국에서는 정반대로 ‘트리플 강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무디스사의 일본 신용등급 조정 시사가 계기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엔화약세에 따라 여유자금이 대거 미국과 유럽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일본 팔기’와 ‘미국 사기’로 불리는 이같은 ‘금융장세(場勢)’ 현상은 자칫 세계경제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트리플 약세’의 맹렬한 기세에 충격을 받은 일본정부와 금융계는 불안한 마음으로 월요일(6일)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이 문을 닫는 토 일요일이 기력을 회복해 충격에서 벗어나는 기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엔화 주가 채권값의 동반약세가 지속될 경우 세계경제를 뒤흔들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일본 금융시장의 동요가 동남아에 파급돼 통화가치의 폭락을 가져왔듯이 연쇄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일본 금융시장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기본적인 이유는 내수경기 침체의 장기화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대응이 실기(失機)를 거듭하면서 웬만한 처방으로는 효과가 없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일본의 내수불황은 97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이 제1차 석유위기후 23년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질 만큼 심각하다. 더욱이 98회계연도 역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종 경기선행지표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정부가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대책을 여러차례에 걸쳐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특히 일본의 정책실패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불만은 심각하다. 이달 들어 일본의 주식과 채권을 투매하는 ‘일본 팔기’를 주도한 것도 이들이었다.

외국인의 일본 금융시장 불신과 이달부터 시작된 외환자유화조치의 영향으로 일본의 개인투자자도 점차 미국과 유럽쪽에 투자자금을 돌리고 있다.이에 따라 ‘산업공동화’와 비교되는 ‘금융공동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트리플 약세 장기화는 불가피하고 세계경제는 또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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