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추진하지만… 北과 밀착 中-러, 중재 역할에 시큰둥

  • 동아일보

李, 내달 시진핑과 정상회담때 ‘페이스메이커 역할’ 요청 검토
中은 대만 문제 명확한 태도 요구
러 “중재 역할 안해” 아예 못박아… 北中러 밀착 해소가 외교 숙제로

정부가 중국, 러시아와 잇달아 접촉하면서 내년 목표로 내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안보 합의를 통해 한미관계의 급선무가 일단락된 만큼 북한과의 소통 복원을 염두에 두고 중-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 하지만 러시아는 “평양-서울 간의 어떤 중재 역할도 배제한다”고 중재 역할을 일축한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중국 역시 대만 문제 등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남북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2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때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문제 해결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함께해 달라”는 요청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 위해선 중국이 나서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초 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북한이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게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18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베이징에서 제11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고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은 동시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식통은 “일본과 갈등이 첨예한 대만 문제에서 한국이 중국 편에 서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중국의 한반도 문제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9월 3일(현지 시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03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9월 3일(현지 시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03 베이징=AP/뉴시스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의 반응은 더 냉랭하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한-러 외교당국 간 북핵 협의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손상을 입히려는 시도”라며 “러시아는 평양과 서울 간 관계에서 어떤 중재 역할도 배제한다”고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에 북핵 문제는 없다”며 북핵 인정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 배경에는 최근 북-중-러 밀착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초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는 등 중국은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중국은 지난달 발표한 국방백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삭제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추가 파병과 군수 지원 등 북한과의 군사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러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거스르며 남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북한을 중요한 카드로 쥐고 있는 만큼, 이들의 중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상호 교환 카드를 신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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