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機 추락]일부 구조대-주민 약탈 자행

  • 입력 1997년 9월 4일 07시 32분


3일 베트남항공소속 여객기가 추락한 캄보디아 프놈펜 포첸통 국제공항 인근의 사고현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현장은 진입로가 비좁고 폭우로 진흙탕이 돼 구조대의 접근과 초기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비행기는 폭우 때문에 일차 착륙시도에 실패, 재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같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신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뒤엉켜 있었고 비행기 잔해도 산산조각나 불타는 꼬리부분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현지에는 비(열대성 계절성 폭우)가 계속 쏟아졌고 불타는 비행기 꼬리에서 나온 거대한 검은 연기구름으로 뒤덮였다. 일부 시신은 활주로 부근 논의 벼포기 속에 포개져 있었다. 그러나 퍼붓듯 내리는 비 때문에 시신들에 점점 물이 차올랐다. 시신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이나 팔다리가 잘려 나가거나 두개골에 깊은 상처를 입은 시신들도 보였다. 머리에서 심하게 피가 흐르는 한 여인이 실려나오는 광경도 목격됐다. 승객들의 신발 옷가지와 소지품들도 엉켜 있거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지도 기내잡지 등도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고현장에는 1백여명의 경찰과 군인이 시신과 부상자 수습을 위해 투입됐으나 비가 계속 쏟아져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사고지점이 좁고 질퍽한 논 지대인데다 충돌 1시간 이상이 지난후에도 엔진이 계속 불타 구조와 수습작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다. 게다가 구경꾼과 좀도둑들이 진흙탕의 좁은 접근로를 가로막아 소방차의 현장 접근까지 어려움을 겪는 등 난장판이 계속됐다. 한 목격자는 『설상가상으로 체계적인 구조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조작업이 아무런 사전 조정없이 이뤄졌다』며 수습대책의 부재를 비난했다. ○…구조대원 중 일부는 동료대원들이 시신수습작업에 경황이 없는 틈을 타 사망자와 중상자의 귀중품과 현금 등을 훔쳤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이 목격자는 『불과 5명의 구조대원만 비행기안에 들어가 탑승객들을 끌어내려고 했을 뿐 상당수의 구조대원들은 탑승객들의 주머니를 뒤져 달러와 귀중품 여권을 훔쳤고 심지어는 옷을 벗겨가기도 했다.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며 분노. 게다가 수천명의 프놈펜 거주자들마저 사고장소로 몰려들었고 일부는 절도와 약탈을 자행하기도 했으나 캄보디아 경찰과 군의 통제가 시작되면서 중단됐다. 이 때문에 시체발굴 작업이 사고 2시간뒤인 오후 4시(현지시간)에야 가능했다. 군과 경찰은 도둑들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폈으며 동체 조각들을 들고 나오는 어린이들을 꾸짖기도 했다. 〈프놈펜〓특별취재반·외신종합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