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왕실 「아들 기근」…32년째 안태어나

  • 입력 1997년 8월 11일 20시 22분


일본에서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여기는 왕실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왕위를 계승할 왕세손이 태어나지 않는데다 미치코(美智子)왕비의 건강악화에 대한 걱정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왕실보도에 관한 철저한 언론통제로 일반인에겐 항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일본 왕실의 최대 근심은 뭐니뭐니해도 3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아들 기근」. 아키히토(明仁)일왕의 장남으로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나루히토(德仁)왕세자는 마사코(雅子)왕세자비와 결혼한 지 4년2개월이 됐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 현재 왕세자가 37세, 왕세자비가 34세나 됐다는 점이 왕실관계자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왕세손을 바라는 일본인들의 열망 속에 가끔 왕세자비의 임신설이 나돌곤 했지만 번번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으로 결혼 6년을 넘긴 후미히토(文仁)친왕(왕위계승 서열 2위)은 기코(紀子)비와의 사이에 딸만 둘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핏줄을 이어받고 태어난 왕실의 남자로는 32세인 후미히토 친왕이 마지막이다. 일본 왕실관련법은 남자에게만 왕위 계승자격을 주고 있다. 메이지(明治) 시대인 1868년에 「여왕 금지법」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왕실의 득남 소식이 32년간 끊기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여성의 왕위계승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을 검토중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미치코 왕비의 건강도 걱정거리. 올해 63세인 미치코 왕비는 지난 86년 자궁근종수술을 받았고 93년에도 쓰러져 실어증 등으로 2개월간 입원하기도 했다. 미치코왕비는 얼마전 중남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입원, 며칠 뒤 퇴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통을 중시하는 미치코 왕비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국제파」인 마사코 왕세자비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는 않다는 기사가 가끔 보도되기도 하는 등 이래저래 일본왕실엔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 있다. 〈동경〓권순활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