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난조사 버티니 WFP국장]『주민들 뼈만 앙상』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북경〓황의봉특파원] 『북한에서 목격한 많은 어린이들이 마른 몸에 배만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뼈가 앙상하고 다리가 홀쭉하며 힘줄이 튀어나와 한눈에도 기아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머리카락은 영양부족으로 오렌지색으로 변질된 상태였다』 북한의 식량난을 실사하기 위해 지난 15일 입북(入北), 3박4일간 평양남부의 은파 평산 인산군 등 3개 지역을 살펴보고 북경에 들른 캐서린 버티니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국장을 21일 단독으로 만났다. 버티니국장은 지금까지 북한식량난을 실사한 유엔관계자중 최고위직 인사. ―북한사람들의 건강상태는…. 『한마디로 어린이든 어른이든 깡말랐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듯했다. 농촌을 가보니 배추이파리에 배급받은 식량을 섞어 만든 시래깃국을 먹고 있었는데 영양가가 없어보였다』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 『북부의 산간지대가 가장 심한 것 같다. 농경지가 없고 산이 많은 이곳엔 대체식조차 얻기 힘든 실정이다. 농촌은 밭이라도 있어 채소를 심어 먹을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 대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소도시 지역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긴급 식량지원을 요구했다는데…. 『가능한 한 빨리 지원해달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당장 1백만t이 필요하며 쌀보다는 밀가루로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선 식량지원을 해도 군량미로 전용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원조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됐다는 것은 느낄 수 없었다. 북한관리들은 한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든」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식량원조계획은…. 『95년4월 평양사무소를 설치한 뒤 지금까지 WFP는 두 차례에 걸쳐 5천4백만달러어치의 식량을 제공했다. 오는 4월 세번째 지원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6세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고단백식품을 집중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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