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신경질환 소아, 위루·기관절개술로 흡인성 폐렴 극복

  • 동아일보

김효빈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흡인성 폐렴의 치료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효빈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흡인성 폐렴의 치료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최민호(가명·18) 군은 미숙아로 태어나 뇌 손상이 남았다. 성장하면서 경련이 잦아졌고 스스로 움직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근력은 약해졌고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도 저하됐다.

잦은 흡인(먹거나 마시는 것이 식도로 가지 못하고 기도로 들어가는 현상)으로 폐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치료를 위해 여러 차례 입원을 이어가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당시 최 군의 체중은 또래 평균보다 크게 낮은 8㎏에 불과했다.

김효빈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호흡기와 영양 상태를 함께 살폈다. 경련 조절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흡인으로 인한 폐 손상이 누적되고 있었다. 기침할 힘도 부족해 가래가 쌓였고, 경구 섭취를 지속하기에는 위험이 컸다. 김 교수는 호흡과 영양 기능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련성 질환이나 뇌성마비 등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흔히 나타난다. 활동량 감소로 전신 근력이 떨어지면서 삼킴·기침·가래 배출 기능 등 필수 기능이 약화된다.

흡인성 폐렴은 자주 발생하고 치료 간격은 짧아진다. 폐렴이 반복되면 영양 섭취는 더욱 어려워지고 체력은 계속 저하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치료 방향을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군에게 위루술(경구 식이가 불가능한 경우 복부에 관을 삽입해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시술)과 기관절개술을 제안하고, 기존 섭취 방식이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시술이 곧 상태 악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입으로 먹는 기능을 포기하고 침습적 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아이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치료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보호자와 여러 차례 상담을 이어갔다. 경구 섭취를 지속할수록 흡인 위험이 커지고 폐 손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 시술 이후 오히려 영양 공급과 호흡 관리가 안정될 수 있다는 근거를 설명했다. 보호자는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에 동의했다.

최 군은 위루술과 기관절개술을 시행받았다. 위루술은 외과가, 기관절개술은 이비인후과가 각각 맡았다. 소아내분비내과와 영양지원팀이 영양 상태 평가에 참여했고, 재활의학과는 기능 유지 치료를 진행했다.

이 같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호흡과 영양, 전신 상태가 함께 개선됐다. 치료 이후 영양 공급이 안정되면서 체중은 두 달 만에 약 10㎏까지 증가했다. 기도로 음식물이 흘러들어가는 위험이 줄어 폐렴 발생 빈도도 감소했다. 기관절개로 가래 배출이 가능해지면서 호흡도 한결 편안해졌다.

신경학적 질환 환아의 경우 초기에는 경련 조절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호흡과 영양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치료 결정이 늦어질수록 폐 손상은 심화되고, 중환자 치료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질병의 경과에 따라 예측 가능한 악화 상황을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과, 이를 이해하고 결정하는 보호자의 선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조기에 치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결국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김 교수는 “아이의 호흡과 영양을 안정시키는 치료는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한 치료를 미루지 않고 시행할 경우 감염 위험을 낮추고 회복 기회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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