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인천공항공사 16년 연속 1위… 지속가능 경영 ‘우등생’

  • 동아일보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한국표준협회 ‘지속가능성지수-지속가능성보고서상’ 발표
50개 산업, 213개 기업-기관 대상… 근로조건 개선 등 ‘5개 이슈’ 선정
전체 산업 KSI 48.6, 전년보다 상승… 민간기업 유한킴벌리 64.2점 1위
올 지속가능성보고서 507개 발간… 전년 415개 보다 22.3% 늘어나
보고서 90.5%, 독립기관서 검증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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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산업계에서는 ‘실질 성과 기반의 지속가능 경영’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 ESG는 구호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기후 리스크, 자원 효율, 공급망 인권 등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영 요소로 재정의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이행 속도를 높이고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복원, 정의로운 전환 등 새로운 정책 의제를 확대하면서 기업은 기존의 ESG 프레임을 넘어 더욱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주 등 일부 지역에서 ESG 의제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경쟁 질서로 받아들이고 있어 이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5년은 글로벌 규제 정비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유럽에서는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가 단계별 적용에 들어가며 공급망 전반의 보고 의무가 확대되고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는 기업의 실질적 인권·환경 실사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했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공시 기준(IFRS S1·S2)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며 국가별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 통합을 촉진하고 있고 미국·일본 등 주요국도 기후 공시 의무화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는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마련이 본격 추진되면서 향후 기업의 공시 품질, 데이터 신뢰성, 내부통제 체계 구축이 한층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선언적 ESG를 넘어 실질 성과 기반의 지속가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인권 관리, 자원 효율성 제고 등 핵심 이슈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별 물질성에 기반한 업종 특화 전략을 적용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기후변화·생물다양성·안전보건·정보보안처럼 특정 이슈를 집중 조명하는 ‘테마 보고서’ 발간도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ESG 성과 측정·모니터링·외부 검증 역량 강화가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고 이를 위해 부서 간 통합적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환경 영향을 고려한 구매를 중시하는 그린슈머, 노동·공정성·동물복지 등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가치소비층이 빠르게 확산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이해관계자들은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정보 접근성과 지속가능 경영의 실질적 성과를 중시하며 기업에 명확한 방향성과 지속적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보고 항목이 아닌 기업 전략의 중심축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의 이슈 ‘지속가능한 방식의 자원 이용’

한국표준협회(회장 문동민)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주주 및 투자자,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대규모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하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KS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는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7대 핵심 주제인 △조직 거버넌스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 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및 33개 하위 이슈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 및 기업(기관)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조사하는 모델이다.

올해는 50개 산업, 213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KSI 조사를 시행했다. 1차 조사로 50개 산업 각각의 중요 이슈를 선정한 결과 △지속가능한 방식의 자원 이용 △부패 리스크 식별 등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 △근로 조건 개선 및 사회적 보호 △대기·물 오염 예방 및 폐기물 관리 △이사회의 책임성 강화가 전 산업에 걸쳐 상위 5개 중요 이슈로 선정됐다. 특히 지속가능한 방식의 자원 이용은 전체 조사 대상 50개 산업 중 34개 산업에서 중요 이슈로 꼽혀 자원 이용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2025년 KSI 조사 결과 전체 산업의 KSI는 48.6으로 전년(47.1)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이해관계자 그룹별로는 내부 직원 그룹의 KSI가 49.1로 가장 높은 반면 소비자·고객 그룹의 KSI는 46.2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산업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전 산업의 KSI가 57.2로 가장 높았으며 생활용품 산업(56.5)이 그 뒤를 이었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유한킴벌리(64.2), 유한양행(57.9), 교보생명(56.0)이, 공공 부문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54.4)와 한국농어촌공사(46.6)의 KSI가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특히 교보생명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각 산업별 16년 연속 1위에 선정되며 가장 오랜 기간 지속가능 경영 성과와 노력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전년 대비 22% 급증, 공시 요구에 기업들 적극적 대응 나서

한국표준협회는 2008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KRCA는 대규모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ESG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인 GRI의 8대 보고 원칙 △정확성 △균형 △명확성 △비교 가능성 △완전성 △지속가능성 맥락 △적시성 △검증 가능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보고 품질을 조사하는 모델로 해당 기간 국내 기업(기관)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조사 대상으로 한다.

올해 KRCA 조사는 2024년 8월부터 2025년 7월까지 국내 기업(기관)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 507개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총 9165표본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대상 보고서 발간 건수를 살펴보면 2024 KRCA 조사 대상 보고서(총 415개) 대비 92개(약 22.3%) 증가했다. 이는 전년 증가율인 약 14.6%에 비해 증가 추세가 큰 폭으로 가팔라진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장 여부나 산업 구분에 관계없이 공시 건수가 모두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상장사는 전년 대비 57개(약 19.7%) 증가했고 비상장사 또한 전년 대비 35개(27.7%) 증가해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보고서 수가 전년 대비 36개(약 27.0%), 금융 포함 서비스업의 보고서 수가 42개(30.2%)로 모두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5년 KRCA 조사 결과 총 16개 보고서가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보고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10회째 우수보고서 발간 기업으로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한국표준협회는 매년 KRCA 조사 대상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 팩트북에 담아내고 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고서의 발간 시기가 상반기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체 조사 대상 보고서 507개 중 약 78.8%에 달하는 400개의 보고서가 2025년 상반기에 집중 발간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전년 동 기간(415개 중 337개, 약 81.2%)과 유사한 양상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SG 정보 공시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ESG 평가 등 대내외 환경 변화와 ESG 정보를 적시에 제공받기 원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검증 현황을 살펴보면 459개(약 90.5%)의 보고서가 독립된 제3자 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글로벌 ESG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 요구 사항의 준수 여부와 정보의 신뢰성 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ESG 정보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는 GRI가 약 93.1%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SASB(약 66.0%)와 TCFD(약 55.4%)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그 밖의 공시 표준인 ESRS, ISSB 반영 여부와 이중 중대성 평가 및 보고 범위 확대 등 ESG 정보 공시 트렌드와 관련한 내용도 팩트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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