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일본 국채 10년물은 19일 1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중국 국채 금리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각국이 재정을 풀며 국고채 발행 물량이 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가 불확실해지며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국채 금리도 뛰고 있다.
●日 국채금리, 中에 역전 임박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채권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3.281%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2.892%보다 0.389%포인트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 또한 4.114%로 한 달 새 0.133%포인트 뛰었다.
일본 국채 10년물도 한 달 동안 꾸준히 올라 이날 1.7665%를 찍었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국 국채 10년물(1.8080%)과의 격차가 사상 최소로 줄었다. 이에 미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경제의 급격한 반전을 시사한다”며 “중국은 일본의 만성적 경기침체라는 굴레를 물려받는 반면,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평했다.
유럽 국채도 마찬가지다. 19일(현지 시간) 기준 프랑스 국채 10년물의 금리도 3.458%로 한 달 전보다 0.091%포인트, 같은 기간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도 2.709%로 0.133%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국고채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나 기업이 회사채를 낼 때 자금 부담이 늘어난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7~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연히 꺾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책 금리가 인하되지 않으면 이를 기준으로 삼는 국채 금리도 오르기 쉽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했다. 한국은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로 기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
●가계 대출금리 오르고 기업 비용 증가 가능성
이런 와중에 우량 채권 발행이 늘자 비우량 회사채가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금리가 더 올라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150억 달러(약 22조215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이달 유럽 채권시장에서 64억 유로(약 10조8771억 원), 미국 달러채 시장에서 175억 달러(약 25조6917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급으로 미국 국채 신용등급과 같아 가장 우량한 채권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소위 ‘구축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우량 채권으로 몰려 비우량 회사채는 투자수요 부족을 겪게 된다. 이에 비우량 회사채 기업들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시장의 금리를 끌어올린다.
국채와 회사채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부담이다. 가계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기업도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투자가 줄 가능성이 크다. 이자 비용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며 금리가 급등했다”며 “국내외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명확해 시장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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