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 목적 아니라 진실규명이 우선”…특검 영장 줄기각에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4일 21시 10분


서울 서초구 내란 특검 사무실이 설치된 서울고등검찰청. News1
서울 서초구 내란 특검 사무실이 설치된 서울고등검찰청. News1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13일 저녁 박 전 장관 혐의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고, 14일 새벽 황 전 총리에 대해선 “구속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지난달 1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로 한 달간의 보강 수사를 거쳐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그런 만큼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포고령 위반자 처단하려 세 가지 지시” 소명 안 돼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남 부장판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며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결국 특검이 주장하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박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할 만큼 소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우선 범죄 혐의부터 소명돼야 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추가로 인정돼야 한다.

이번 구속영장심사의 주요 쟁점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세 가지 지시를 내린 것이 ‘포고령 위반자’를 처분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한 것인지였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알게 된 뒤로 법무부 간부들에게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교정당국 수용 여력 확인’, ‘출국규제팀 대기’ 지시를 내렸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포고령 내용을 알고 있었고, 포고령 위반자를 처분하기 위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박 전 장관 측은 “포고령을 당시 알지 못했고, 계엄 선포에 따라 예상되는 일반적인 업무 검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맞섰다. 계엄법에는 계엄사령관이 수사기관에 파견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돼있는 만큼 검사 차출에 대비한 검토였다는 것이다. 또 계엄으로 공항에 인파가 몰리거나 시국사범이 체포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박 전 장관이 포고령 위반자를 처분하기 위해 지시를 내린 것”이란 특검의 주장이 구속 수사를 할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법원이 “확보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언급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건 이미 특검이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나 업무수첩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한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달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증거는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4일 당정대 회의에 참석한 뒤 ‘중도 임기중단 X’ ‘특검수사(내란)’등을 업무수첩에 기록한 점, 법무부 검찰국이 비슷한 시기 ‘국회의 권한남용’을 지적하는 내부 검토 문건을 작성한 점이다. 하지만 법원은 “국회의 예상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정리한 것이고 당정대 회동은 매주 정기적으로, 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박 전 장관 측 손을 들어줬다

● 황교안 게시글, 휴대전화 등 확보된 점 고려한 듯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는 황 전 총리에 대해서 특검이 구속 수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비상계엄 이튿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는 글을 올린 혐의(내란선동)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미 황 전 총리가 게시했던 글의 내용이 확보돼 있고, 최근 압수수색과 대면 조사도 이뤄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14일 “압수수색 영장으로 수집된 휴대전화의 포렌식 분석이 되지 않았다”며 “당시 (황 전 총리가) 연락했던 사람들 조사를 바탕으로 사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특검은 황 전 총리에 대해 두 차례 자택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세 차례 출석요구를 했지만 황 전 총리는 이에 불응했다. 그러자 특검은 12일 황 전 총리를 체포한 뒤 조사했고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같은 날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계엄을 막지 못한 도의적·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서로 다른 것”이라며 “계엄을 사전에 공모하고 역할을 나눠 수행한 사실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 계엄 당일에 무언가 지시했다는 것만으로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쉽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특검의 의미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고위공직자들을 구속시키는 데 있는게 아니라 계엄 당일의 전모와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박성재#황교안#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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