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오랜 숙원은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보유였다. 항모나 원잠이 꼭 필요한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우선인가? 둘 다이든 그중 하나든 그것을 운영할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논쟁은 수년 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경제 역량이 따라준다면 우리 군이 항모와 원잠을 모두 보유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국가의 이권을 수호할 능력을 갖추는 데는 정해진 한계가 없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 방산산업의 역량을 고려할 때 항모와 원잠 건조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군사력 문제는 냉정하게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만 한다. 군사력 강화는 자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 관계나 국제 정세와도 얽힌 예민한 문제다. 더욱이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늘 두 개 이상의 이데올로기와 세계 패권이 충돌하는 지역에 자리해 있다. 우리가 패권적 군사역량을 보유한다면 주변국들의 관심과 개입은 더 교묘해지고 확장될 수 있다. 그것은 자칫하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우리 사회의 체제 갈등을 더 증폭시킬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새로운 형태의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동북아 블록은 더욱 예민해지긴 했지만 아직 형태가 유동적이다. 일본은 지금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군의 전략·전술 능력이 크게 확대되면 분명 일본의 재무장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이 두려워 우리의 무장을 약화시키자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변수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가장 현명한 방향과 전술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대응이 느리거나 현명하지 못했다. 명분과 이론을 내세우며 내적 갈등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했다. 전략자산은 막대한 비용과 큰 변화를 유발한다. 그만큼 현명하고 냉철해야 진정한 전략자산 보유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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