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소주 홀짝홀짝, 뇌출혈 11년 일찍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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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1월 7일 09시 24분


500cc 맥주 2캔은 과음에 해당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500cc 맥주 2캔은 과음에 해당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매일 500cc 맥주 2캔이나 소주 6~7잔을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출혈(뇌내출혈)이 평균 10년 이상 빠르게 발생하며, 출혈량이 더 많고 손상 정도도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협력관계인 대규모 비영리 의료·연구 네트워크인 매스 브리검 제너럴(Mass General Brigham) 연구자들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 입원한 뇌출혈 환자 1600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치명적 질환 뇌출혈, 과음이 발생 시기 앞당겨

연구의 교신 저자이자 신경학자인 에딥 구롤(Edip Gurol) 박사는 “뇌출혈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종종 삶을 바꾸는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 중 하나”라며 “과음은 단순히 뇌출혈의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뇌혈관을 장기적으로 손상시켜 훨씬 이른 시기에 중증 출혈을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뇌출혈(뇌내출혈 또는 출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함)은 뇌 내 혈관이 파열될 때 발생한다.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의 최대 50%가 사망하고, 30%는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 구롤 박사에 따르면 뇌출혈을 겪은 사람 중 1년 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3잔’으로 정의한 과음자는 평균 64세에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비과음자는 평균 75세로 11년 차이를 보였다. 또한 과음자의 뇌출혈은 출혈 크기가 약 70% 더 컸고, 뇌 깊은 부위나 뇌실(뇌척수액으로 채워진 공간) 까지 출혈이 퍼질 위험이 2배 높았다. (참고로 ‘출혈이 크다’라는 의미는 뇌 속에 고인 피의 양이 많다는 의미다. 뇌출혈이 생기면, 손상된 혈관에서 혈액이 뇌 조직 안으로 새어 나와 덩어리(혈종)를 형성한다. CT나 MRI로 혈종의 부피를 계산해 출혈 크기로 표현한다)

17도 소주 6~7잔은 과음에 해당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7도 소주 6~7잔은 과음에 해당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3잔의 의미

연구에서 말하는 하루 3잔은 미국 표준 음주량을 기준으로 정의했다.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국제 기준은 10g)에 해당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4.5도 맥주 355㎖, 12도 와인 148㎖, 40도 위스키 44㎖, 17도 소주 104.4㎖에 해당한다.

따라서 355㎖ 맥주 3캔(500㎖ 2캔), 소주 6~7잔(소주 한 병(360㎖)의 87%인 313.2㎖), 와인 3잔(한병(750㎖)의 약 60%인 444㎖ ) 이상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은 ‘과음자’에 해당한다.

과음자, 뇌의 미세혈관 손상·혈압 상승 정도 더 심각

과음자들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이 높고, 혈소판 수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또한 MRI 검사에서 뇌의 미세혈관 손상 흔적이 더 자주 발견됐다. 이 손상은 치매, 기억력 저하, 보행 장애뿐 아니라 뇌출혈 재발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연구진은 “과음은 혈압을 높여 뇌 속 작은 혈관을 망가뜨리고, 그 결관 혈관 벽이 약해져 쉽게 터진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혈과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소판 감소로 인해 출혈이 멈추기 어려워지면서, 뇌출혈이 더욱 커지고 회복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덧붙였다.

“술 줄이면 뇌와 심혈관 모두 보호 가능”

구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음이 뇌출혈을 더 빠르고 심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근거가 확인됐다”라며 “뇌와 심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음주를 가능한 줄이고, 일주일 3잔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루 3잔은 위험신호

연구 대상자 1600명 중 약 7%가 과음자로 집계됐으며, 이들은 비음주자보다 뇌출혈 위험뿐 아니라 뇌 노화와 인지 저하 위험도 컸다. 구체적으로 치매 및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된 백질 고강도 병변 위험이 3배 이상 높았으며, 고혈압으로 인한 만성적 손상 형태인 소혈관 병이 나타날 확률도 2배 높았다.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

이번 연구는 단일 병원에서 수행해 표본 다양성이 적고, 주로 백인 환자이며, 음주량을 자가 보고 방식으로 수집해 정확도에 한계가 있으며,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을 포함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음주 수준이 뇌혈관 노화, 치매, 허혈성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을 더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212/WNL.0000000000214348

#맥주#소주#뇌출혈#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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