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그룹들이 6일부터 내년 경영 전략을 구상하는 회의를 열기 시작한다. 각 그룹마다 당면한 과제는 다소 다르지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집결해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OI·AI·리밸런싱
내년 경영 전략 회의의 ‘스타트’를 끊는 것은 SK그룹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6∼8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열고 ‘운영 개선(OI·Operation Improvement)’, 리밸런싱, AI 등을 핵심 주제로 논의에 나선다. 각 계열사 CEO들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총수 일가가 총출동하는 이 자리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 중 하나다.
리밸런싱과 A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주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밸런싱은 SK그룹이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으로,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고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3일 SK AI 서밋에서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리밸런싱 작업은 내부가 튼튼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지속적인 체질 개선 의지를 밝혔다.
OI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주제로 논의된다. 이는 수익성, 고객 만족도, 지속 가능성 등 내부 효율을 극대화하고 핵심 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이익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SK그룹은 올해 사장단 인사를 예년 대비 한 달 이상 앞당긴 10월 30일에 실시하면서 CEO 세미나에 신임 CEO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 ‘뉴 삼성’ 방향성 나오나 관심
삼성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후, 다음 달 중순에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후 처음 열리는 전략 회의라는 점에서 ‘뉴 삼성’의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올 3월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이 신상필벌(信賞必罰) 기반 인사와 혁신 중심의 조직 재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달 23일 사업보고회를 시작해 이달 중하순경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보고회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한 해 사업 성과와 내년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다. 핵심 주제는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위기 대응 전략으로 전해졌다. 가전, TV, 석유화학, 배터리 등 LG의 주력 사업 전반을 중국 기업들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보고회를 마치고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요 경영진 회의에서 향후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보다 2.5%포인트 낮은 0% 관세로 차량을 수출하다가 이번에 15%로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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