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시린 손발… 에어컨 약하게 틀고 자주 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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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 원인과 관리법
계절과 상관없이 손발에 냉기… 당뇨-루푸스 등이 원인일 수도
온도 차 크면 혈액순환 안돼 피로-두통-근육통 등 증상 악화
에어컨-외부 온도 차 5도 이내로… 긴 소매 입고 몸 따뜻하게 해야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유일한 교수(오른쪽)가 수족냉증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제공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유일한 교수(오른쪽)가 수족냉증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제공
한여름 무더위에도 손발이 차고 시리다면 수족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친 냉기를 느끼는 증상이다. 따뜻한 곳에서도 손발은 물론 무릎, 아랫배, 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냉기를 함께 느끼기도 한다. 수족냉증 환자들은 통상적으로 사계절 중 날씨가 추운 겨울에 더 힘들지만 여름도 겨울 못지않게 괴롭다. 사무실 등 건물 내 에어컨 바람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을 단순히 체질적인 문제나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유일한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족냉증 자체가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순환 개선제만 복용하며 방치할 때 원인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수족냉증은 당뇨병, 루푸스, 말초동맥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동반되는 증상이므로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냉방병, 손발 차가운 감각 심해져
여름철 냉방병은 수족냉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뚜렷이 정의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냉방 중인 실내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 우리 몸이 바깥 기온과 실내 냉방 사이 심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임상적인 증상을 지칭해 쓰이고 있다.

특히 온도 차이가 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평소 수족냉증이 있는 질환자들은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혈류의 변화로 인해 얼굴이나 손발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지거나 반대로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또 추위를 느끼면 열을 보충하기 위해 체내에서 열을 계속 생산하므로 피로도 쉽게 느낀다. 이 외에도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두통이 발생하거나 어지럽고 졸릴 수 있다. 근육이 수축되면서 근육통도 발생한다. 평소 소화기 계통이 예민한 사람들은 소화불량, 복통, 설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이라면 호르몬 영향으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 냉방병으로 인한 수족냉증 예방하려면
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 온도는 외부 온도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26∼27도일 때는 2도 낮게, 28∼29도일 때는 3도 정도 낮추는 게 좋다. 또 기온이 30도일 때는 4도, 31∼32도일 때는 5도, 그리고 33도가 넘으면 6도 정도 낮추는 것이 권장된다.

에어컨 송풍 방향은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긴 소매의 옷을 덧입거나 양말을 신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2∼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따뜻한 물을 틈틈이 마시며 손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한다. 이 외에도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은 절대 금하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카페인 함유 음료인 커피나 콜라, 술도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유 교수는 “특히 피임약이나 편두통약, 심장약, 혈압약 중에서 혈관 수축과 관련된 약물은 전문의와 상의 후 다른 종류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면서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이상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수족냉증, 다른 질환과 함께 나타나기도
수족냉증은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로 체질 탓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한다. 수족냉증은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40세 이상 여성들이 많이 겪는 수족냉증의 원인은 임신이나 출산, 폐경 등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 등 외부 자극에 교감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손발에 혈액 공급이 줄어 차가운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당뇨병 △혈관이 수축하면서 피부색이 창백해지는 레이노병 △흡연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버거씨병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추간판 탈출증 △말초신경염 △손목터널증후군 △갑상샘(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을 때 수족냉증이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화혈색소, 갑상샘 호르몬 수치, 염증 관련 수치 등을 포함한 혈액 검사뿐만 아니라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검사, 도플러 초음파 검사, 손톱 미세혈관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냉방병#수족냉증#혈액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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