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현재 “사이코패스 캐릭터 욕 많이 먹었지만 뿌듯…더 잔혹해지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8일 06시 57분


최근 종영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통해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조현재는 앞으로 더 강렬한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통해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조현재는 앞으로 더 강렬한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 첫 악역으로 연기 변신…‘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끝낸 조현재

“아내는 이런 캐릭터가 있냐 했지만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기쁨 만끽
20대의 나는 지금만큼 못 해냈을 것
곧 40대…잘생겼다는 칭찬 그리워”


연기자 조현재(38)는 최근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헬스장에서 만난 중년 여성들로부터 “어떻게 그런 눈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꾸지람’을 들은 것이다.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 보여준 악역 연기에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마음이 상하기는커녕 좋기만 했다고. 부드러운 인상이 강했던 자신이 이러한 반응을 들을 만큼 잘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벅찼던 것이다.

최근 서울 장충동에서 만난 조현재는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어서 부담스러웠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출연을 결정하기 전 아내가 “이런 캐릭터가 있을 수 있나”라고 반응했을 만큼, 그동안 조현재가 쌓아온 이미지와 정반대의 캐릭터여서, 역할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극중 조현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남편이지만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이중적 인물을 연기했다. 자신이 최고라는 우월주의에 빠진 사고방식과 인격 장애 때문에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복잡한 성격의 인물이다.

“캐릭터 표현을 위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심하게 몰입한 탓인지 거울을 볼 때마다 변해버린 제 얼굴을 봤다. 초반과 달리 중반부터는 ‘내 얼굴이 아닌데’라고 느낄 정도로 인상이 사나워지고 날카로워지더라. 하하! 연기를 통해서이지만 저의 야비한 면들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과감하게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 뿌듯하다.”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조현재. 사진출처|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방송 화면 캡처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의 조현재. 사진출처|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방송 화면 캡처

조현재는 변하고자 노력했던 자신의 결정에 거듭 만족해했다.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SBS ‘용팔이’ 이후 복귀하기가지 3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전처럼 초조하거나 안달하지 않았다. 긴 공백을 연기자로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더 열리게 되더라.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다가가자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고민 끝에 출연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쁨을 맛봤다. 더 잔혹한 인물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조현재는 40대를 앞두고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20대에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 “주저했을 것”이라고 했다. 20대의 조현재는 30대의 조현재만큼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이에 어울리는, 그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조현재는 그래서 “잘 늙고 싶은 마음”이다.

“20대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지만 30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이 대사와 눈빛 등을 통해 달리 표현된다.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면 후배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가 뺏는 게 아닌가. 하하!”

그래도 젊은 시절 ‘잘생겼다’는 칭찬이 그립단다. 그는 “20대에는 ‘내가 제일 잘생겼지’라고 자만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의 제가 20대의 외모는 절대 따라갈 수 없지만 30대의 잘생긴 연기자였으면 좋겠다. 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기자 조현재.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조현재.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조현재가 3년 만의 복귀에서 성과를 내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5년 열애 끝에 올해 3월 웨딩마치를 울린 조현재는 아내를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힘을 주는 존재”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결혼하고 한창 신혼생활을 즐겨야 할 때에 집을 많이 비워 미안하기만 하다고.

“연애기간이 길어 서로 신혼생활을 꼭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도 열심히 봐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아내는 일하는 제 모습을 좋아하는데, 정말 심한 베드신만 아니면 다 이해해 줄 것 같다. 하하!”

차기작을 결정하기 전까지 당분간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는 그는 “밤새우며 일하기 위해” 등산, 자전거타기, 골프 등으로 체력관리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현재는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어 연기의 스펙트럼이 지금보다 확장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안정과 변화를 오가며 연기자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요리사가 열심히 음식을 만들면 맛의 평가는 손님의 몫이다. 연기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연기한 뒤 제 자리에서 시청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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