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현민 “선수시절에도 못 쳐본 연타석 홈런이라니…운이 참 좋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6일 06시 57분


연기자 윤현민은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성공으로 들뜰 만도 하지만 데뷔 초기 읽었던 연기학이론 책을 다시 꺼냈다. 그는 “익숙함의 무서움을 알기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연기자 윤현민은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성공으로 들뜰 만도 하지만 데뷔 초기 읽었던 연기학이론 책을 다시 꺼냈다. 그는 “익숙함의 무서움을 알기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 드라마 ‘마녀의 법정’ 마친 윤현민

3∼4년 쉼 없이 활동…어느새 연기에 익숙
초심 되새기며 연기학 이론부터 다시 읽어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해…잘 해야만 하죠


윤현민(32)은 운동선수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연기자로 꼽힐 것 같다. 2005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외야수로 입단하고 이듬해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가, 2008년 은퇴했다. 야구선수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연기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는 2014년 KBS 2TV ‘연애의 발견’으로 처음 주목을 받은 후 매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마녀의 법정’을 통해서는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선수시절 연타석 홈런을 쳐본 적이 없다. 하하! 그런데 지금은 제 실력 이상으로 운이 좋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윤현민은 ‘마녀의 법정’에 출연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다. 드라마가 갑작스럽게 편성되는 바람에, 초반에는 크게 주목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전의’만은 뜨거웠다. 상대역 정려원과 함께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스테디셀러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10월17일 4회 방송부터 시청자 반응이 급격히 뜨거워지면서 윤현민의 일과는 달라졌다. 아침마다 시청률 확인과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의 높은 관심을 자신들이 만든 것에 대한 “짜릿한 성취감”을 만끽했다.

드라마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갔지만 한편으로 윤현민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극중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 역을 맡아 아동 성범죄를 무겁고 깊게 다루는 부분이 혹여나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하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연출자 김영균 PD가 진심을 담아 설명하는 모습에 그는 “피해자의 아픔까지 최대한 연기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때부터 윤현민은 “잠깐의 혼란을 접고” 자기 자신과 드라마의 방향성을 정확히 알게 됐다. 그 마음가짐을 끝까지 유지해 드라마를 마친 지금은 “성장”을 느낀다.

“사실 이전에는 아동 성범죄 관련 기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아이들은 가장 약한 존재이지 않나. 드라마 속 내용들이 실생활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이었기에 이제는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게 됐다. 인간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

연기자 윤현민.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연기자 윤현민.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대중은 윤현민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호감을 표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한다. 그리고 그는 “‘열심히 한다’는 말은 칭찬이 아닌 것 같다. 누구나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잘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책장에서 2014년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을 끝내고 한 연출자로부터 선물 받은 ‘연기학 이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3∼4년간 쉬지 않고 활동하니 현장의 분위기나 연기 등이 익숙해지더라.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익숙함이 무서운 게, 어느 순간 사람을 안주하게 하고 안일하게 만든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기학 이론’을 읽고 있다. 운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

공백 없는 활동의 유일한 장점으로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웃는다. 윤현민은 “잘 돼도, 안 돼도 걱정하는 성격”을 개조하고도 싶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제일 부럽다.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직은 없다. 지금은 ‘더 잘 해야 된다’고 나 자신을 괴롭히고 다그치기만 한다. 그럴 때마다 잘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많았던 옛날의 경험을 되새긴다. 어떤 일이든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윤현민은 잠시 ‘마녀의 법정’ 직전 출연한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터널’을 떠올렸다. 그는 “마지막 장면이 터널 안이었는데, 모든 촬영을 끝내고 제작진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시청자 반응이 좋은 영향도 있었지만 이때 터널을 나와 지금의 빛을 보는 게 아닐까”라며 감회에 젖었다. 내년에는 그 빛을 지금보다 더 밝게 비추고 싶다는 의지가 그의 표정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지금 윤현민의 작은 바람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통해 “남녀의 진짜 소소한 연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인상이 날카롭고 남성성이 강할 것 같다”는 오해와 선입견을 풀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남녀주인공의 주변 인물을 많이 맡았다. 그렇다보니 제 캐릭터의 상황들이 이야기로써 완성되기 어려웠다. 60분이란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제 모습이 덜 나올 수 있지만 이제는 제 이야기로 많이 나오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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