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짝퉁프로그램, 도를 넘은 한국방송 베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3일 06시 55분


제목과 세트, 대본까지 그대로 베꼈다. 중국 강소위성TV ‘이치 라이 샤오바’(위쪽)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표절한 한 장면. 사진제공|KBS 2TV·사진출처|소후닷컴 캡처
제목과 세트, 대본까지 그대로 베꼈다. 중국 강소위성TV ‘이치 라이 샤오바’(위쪽)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표절한 한 장면. 사진제공|KBS 2TV·사진출처|소후닷컴 캡처
강소위성TV, 개콘·웃찾사 포맷 그대로
드라마 ‘상속자들’·‘별그대’ 흥행하자
‘별에서 온 상속자들’로 교묘한 짜깁기


중국의 ‘한국 방송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중국에 한류 열풍이 다시 몰아치면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이 잇따라 수출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한국 방송 콘텐츠를 표절한 일명 ‘짝퉁 프로그램’도 난무하고 있다.

2일 KBS와 SBS에 따르면 중국 강소위성TV가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을 표절 방송했다. KBS는 “강소위성TV가 지난달 29일 방송한 ‘이치 라이 샤오바’는 ‘개콘’의 인기 코너 ‘시청률의 제왕’과 똑같다”면서 “형식과 내용을 베끼는 것도 모자라 코너 제목까지 그대로 가져다 썼다. 세트와 대본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시청률의 제왕’ 외에도 ‘렛 잇 비’ ‘댄수다’ ‘안 생겨요’ 등 ‘개콘’의 다른 코너까지 표절해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소위성TV는 또 ‘웃찾사’의 5개 코너도 표절해 방송했다. 특히 강소위성TV는 SBS와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 관련 파트너십 논의를 하던 중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S와 SBS는 즉각 강소위성TV에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 규제당국인 신문출판광전총국에 재발 방지를 촉구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연이어 흥행하자 최근 온라인 영화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중국 팬들의 조롱까지 이어지자 제작진은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표절이 아니다. 두 드라마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다만 화제를 모으기 위해 지은 제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별에서 온 상속자들’은 청나라에서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1세기로 온 남자주인공이 대기업 상속자가 되고, 전생에 백제인이었던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어설프면서도 교묘하게 두 드라마를 짜깁기해놓은 인상을 준다.

이 외에도 ‘행복삼과성’(幸福三顆星)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미남이시네요’를 합친 듯하며, 출연진이 레이스를 펼치면서 이름표를 떼는 ‘급력일요일’(給力星期天)은 SBS ‘런닝맨’을 떠올리게 한다. 다섯 여배우와 두 남자 스타가 팀을 이뤄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설정의 ‘화아여소년’은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누나’와 포맷이 닮았다. 모두 판권을 수출한 적이 없다.

방송가에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매년 새롭게 들여올 수 있는 해외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1편으로 제한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해외 방송사의 콘텐츠 침해를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며 “방송사에서 공문을 보내고 항의하는 정도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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