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고 강해진 사운드 서정적인 매력 넘치지만…

  • 동아일보

■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 2집 앨범 들어보니…

지난해 6월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무대에 선 버스커 버스커(왼쪽부터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 이들은 음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으로 소통하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TV와 지면 대신 무대를 택했다. CJ E&M 제공
지난해 6월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무대에 선 버스커 버스커(왼쪽부터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 이들은 음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으로 소통하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TV와 지면 대신 무대를 택했다. CJ E&M 제공
《 26, 27일 전국의 아침 기온이 섭씨 10도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이제 가을이네.” 사람들 입에서 절로 나온 말. 26일에는 편의점에 찐빵이 등장했다.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장범준, 브래드, 김형태)의 날씨 예보는 정확했다.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이 담긴 1집으로 지난해 최고의 데뷔를 했던 이들이 25일 낸 2집 표지는 1집과 판박이다. 멤버들 주위로 1집의 벚꽃 대신 낙엽이 날리고 다람쥐, 잠자리가 등장한다는 것을 빼면. ‘봄의 캐럴’에 이어 ‘가을의 캐럴’을 만드는 게 2집의 목표였던 거다.

○ 더 심심하게, 밴드 사운드에 더 가까이


“심심한 편곡, 담백한 음향으로도 아이돌을 이길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한 버스커 버스커는 좀 더 대담하게 심심해졌다. ‘벚꽃 엔딩’을 비롯한 몇 곡의 인상적인 장치였던 하모니카, ‘여수 밤바다’의 후반부에 보컬 장범준의 토로를 겹겹의 파도처럼 감아 몰아치던 현악 연주 같은 것들은 줄었다. 전자기타, 신시사이저의 참여도와 음량도 줄었다. 통기타 줄을 퉁기는 찰랑대는 타격감이 스피커 전면으로 더 다가선다.

송창식, 김광석의 더 날렵한 21세기 버전 같은, 바이브레이션의 결이 진한 장범준의 보컬은 여전하다.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에 한국적인 느낌을 더하던 5음계에 대한 유별난 천착은 조금 줄었지만 동형반복 구조를 활용하는 멜로디 작법도 그대로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이번 앨범이 정서와 음악적 내용에서 철저히 1집을 좇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평론가는 “더 경쾌하고 사운드가 강해졌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가히 ‘몬스터급’인 전작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은은하고 빈 듯한 사운드, 복고적이고 서정적인 이들의 매력은 그대로다”라고 했다.


○ 매력은 여전, 근데 뭔가 허전

성공한 전작의 답습은 담보인 동시에 위험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세대를 ‘버스커 팬’으로 이끈 ‘여수 밤∼바다∼’ ‘봄바람 휘날리며∼’(‘벚꽃 엔딩’) 같은 강렬한 후크(hook·단번에 각인되는 중독적인 후렴구)가 2집에서는 거의 안 들린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윤하 평론가는 “킬링 트랙(압도적인 곡)이 없다. 1집 때 풋풋한 가사나 감수성과 결합해 매력을 뿜던 반복 악절 위주의 작법이 이제 신선하지 않고 자극도 덜해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집의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1집-2집의 연장선이 3, 4집까지 이어진다면 금세 식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이들의 새 앨범은 1집의 열화 복제에 가깝다”면서 “후광 효과를 타고 어느 정도의 성공은 거두겠지만 이 노선을 유지한다면 상업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이들의 최고 앨범은 계속해 1집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뷔 때의 신드롬에 안주하지 않고 밴드 사운드를 더 깊이 탐구해 자기 색을 찾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예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 남자의 익숙한 ‘시즌 2’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둘째 작품이 데뷔작보다 못한 성과를 거두는 것)가 될까, 밥 딜런 같은 롱런의 출발점이 될까. 버스커 버스커는 다음 달 3일 부산 벡스코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공연에 돌입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버스커 버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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