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학드라마는 외과에서만 맴도는데, 미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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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병원 무대… 간호사 주연… 소재 무궁무진

미국 NBC 의학 드라마 ‘두 노 함(Do No Harm)’은 낮에는 촉망받는 외과의사지만, 밤에는 야수로 돌변하는 다중인격을 지닌 의사를 그렸다. 주인공 스티븐 파스퀄(제이슨 콜 역·왼쪽)이 응급구조를 하는 장면. CJ E&M 제공
미국 NBC 의학 드라마 ‘두 노 함(Do No Harm)’은 낮에는 촉망받는 외과의사지만, 밤에는 야수로 돌변하는 다중인격을 지닌 의사를 그렸다. 주인공 스티븐 파스퀄(제이슨 콜 역·왼쪽)이 응급구조를 하는 장면. CJ E&M 제공
의학 드라마는 여간해서는 실패하는 일이 없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10%는 기본으로 나온다. 5일 방송을 시작한 KBS 월화 드라마 ‘굿닥터’도 마찬가지다. 소아외과 의사들이 나오는 이 드라마는 20일 방송 6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를 찍고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의학 드라마에선 비슷한 소재와 캐릭터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1990년대 MBC ‘종합병원’(1994년) ‘의가형제’(1997년) ‘해바라기’(1998년)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줄거리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로 압축된다. 2000년대에 방송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년) ‘뉴하트’(2007년), KBS ‘브레인’(2011년)도 이 계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외과라는 특정 과에만 소재가 한정되는 점도 아쉽다. 1994년 ‘종합병원’부터 현재 ‘굿닥터’까지 신경 흉부 소아 등 각종 외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15개 중 12개에 이른다. 천재 외과의사가 불치병에 걸린다는 내용의 MBC ‘하얀거탑’(2007년)과 현대 외과의사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는 타입슬립 드라마 MBC ‘닥터진’(2012년)은 같은 외과 얘기임에도 독특한 전개로 주목받았지만, 이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외과는 매회 긴박한 수술 장면을 연출하기 좋다는 장점 때문에 의학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또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많은 시청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설정에 선남선녀 배우의 로맨스가 필수적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야전병원을 소재로 하거나 간호사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등 다양한 소재의 의학 드라마가 나온다. 미국 ABC와 캐나다 글로벌TV가 합작한 ‘컴뱃 호스피털’(2011년)은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하는 국제안보지원군 내 의료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NBC의 ‘머시’(2009년)는 의사가 아닌 세 명의 간호사가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다뤄진 적이 없는 진단의학과나 성형외과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있다. 진단의학과의 괴팍한 천재 의사를 다룬 FOX의 ‘하우스’는 2004년에 시작해 지난해 시즌8까지 내놓았고, 미국 FX네트워크 ‘닙턱’(2003년)은 6편의 시리즈를 내며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사연과 맞닥뜨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 드라마처럼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의사가 다중인격을 가졌거나(NBC ‘두 노 함’·2013년), 죽은 아내의 영혼이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미국 CBS ‘기프티드 맨’·2011년)으로 식상함을 보완한다.

국내 의학 드라마가 반복해 들려주는 ‘외과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창의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법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을 다루거나 수의사를 소재로 한 통통 튀는 드라마들이 있다”며 “당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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