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베트남 코리아 페스티벌’, 한국어의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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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예쁘다!"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 환호와 열기로 가득 찬 3500여 객석에서는 한글과 한국어가 쉼 없이 물결쳤다.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슈퍼주니어, 비스트, 엠블랙, 씨엔블루 등 K팝 스타 8팀이 무대에 서는 '베트남 코리아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그동안 슈퍼주니어, 2NE1 등 단일 팀이 베트남을 찾은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한류 콘서트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S와 베트남 국영 VTV가 공동 제작했다.

이날 오후7시 반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비스트의 '픽션'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쇼크'에서는 후렴구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 '쇼크'를 박자를 딱딱 맞춰가며 일사불란하게 외쳤다.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이 "한국말 다 알아들어요?"라고 묻자 일제히 "네!"라고 답했다. 씨엔블루의 '외톨이야'와 아이유의 '좋은 날'은 객석이 어우러져 합창이 됐다.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과 아오자이로 멋을 낸 시크릿이 베트남 전통 춤 '모농라'를 선보였고, 다비치는 베트남 인기가수 호 퀸 흐엉과 함께 베트남 가요 '황망(Hoang Mang·'황망(慌忙)'이라는 뜻)'을 불렀다.

엠블랙의 멤버 승호 및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의 이름을 장식으로 꾸민 머리띠를 쓰고 온 팬, 작은 조명을 이용해 '특(슈퍼주니어의 이특)'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온 팬까지 다양했다. '이특아 사랑해', '너 밖에 없어 규현(슈퍼주니어 멤버)' 등 한글로 쓴 플래카드도 수 없이 등장했다.

마지막 순서로 '한류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슈퍼주니어가 나오자 청중의 함성이 노래 소리를 덮어버릴 정도였다. '쏘리쏘리'를 부를 때는 청중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을 마친 슈퍼주니어가 고개 숙여 인사하자 객석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슈퍼주니어 팬클럽 '엘프'의 회원인 중학생 풍 안 양(15)은 "TV 속 오빠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생겼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K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무료 공연으로 마련됐다. 표는 하노이의 소년소녀 가장, 장애아동 등 소외계층, 하노이 소재 대학 내 한국어학과의 학생들에게 고루 나누어줬다. 하노이 대에서 유학 중인 장진혁 씨(27)는 "대학 총장부터 친분이 있는 공안까지 콘서트 티켓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셀 수 없이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농 투옹 후엔 씨(23)는 "한국기업에 다니는 친척이 표를 구해줬는데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공연을 위해 가수들이 탄 버스가 NCC로 들어오려다 오토바이를 탄 팬들에게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 수백 명이 공연장 주변에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NCC 정문이 밀려 쓰러지는 일도 생겼다. 가수들의 숙소인 그랜드플라자 호텔에는 하루 종일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열광적인 베트남 한류의 바탕에는 한국어학과가 뿌리내렸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에는 현재 4년제 정규대학 12곳에 한국학과가 개설돼 매년 2500명의 '친한파'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전역에서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에는 6만6000여 명이 응시했다. 금기형 주 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은 "베트남에서 한류는 특정 연예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깊고 넓게 퍼져있다. 이번 공연을 한류 확산을 위한 추진 모델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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