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남격의 그늘 막 벗어난…난 초짜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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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7시 00분


오페라가수, 방송리포터, 대중가수, 뮤지컬배우를 거쳐 연극무대에 선 선우가 쟁쟁한 선배들이 거쳐간 ‘신의 아그네스’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선우가 수녀복을 입고 ‘아그네스’ 수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오페라가수, 방송리포터, 대중가수, 뮤지컬배우를 거쳐 연극무대에 선 선우가 쟁쟁한 선배들이 거쳐간 ‘신의 아그네스’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선우가 수녀복을 입고 ‘아그네스’ 수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첫 연극무대 도전 선우

남격 깜짝스타 1년…아직도 심한 현기증
‘신의 아그네스’로 배우의 길…방황 끝내
앨범 NO!…노래 좀 하는 연기자 될래요


“전 지금 어지러워요. 너무 올라와 있어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하모니 편’에서 ‘넬라판타지아’의 솔로를 맡은 이후 깜짝 스타로 급부상해 1년.

그 동안 선우는 한 장의 앨범과 두 개의 뮤지컬로 대중과 만났다. 그리고 지금 그는 심한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너무 빨리, 너무 높이 올라와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 잘 될 수는 없잖아요. 다시 떨어진다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늘 각오는 하면서 살아요.”

선우는 요즘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아그네스 수녀 역으로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서고 있다.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 등 최고의 스타들이 거쳐 간 역이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는 안 하겠다고 몸을 뺐다. 2008년 ‘마이페어레이디’로 데뷔한 뮤지컬 배우 출신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연예가중계 리포터’, ‘남자의 자격’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남자의 자격’ 이후 ‘원효’, ‘내 마음의 풍금’ 등의 뮤지컬에 출연했지만 ‘남자의 자격’, ‘넬라판타지아’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정극을, 그것도 ‘신의 아그네스’라니!

“대본이라도 보라고 해서 봤는데, 보니까 더 못하겠는 거예요. 마음속에 가위표를 딱 그어놓고 있는데, 부모님과 주위 배우들이 꼭 하라고 …. 생각해보니까 지금 안 하면 나중에 안 시켜줄 것 같더라고요. 훗날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걸 보면 배도 아플 것 같고. 하하하!”

관객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윤소정, 이승옥과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내보이는 일은 초짜배우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기대를 안 하고 오신 분들은 ‘의외로 잘 하네’하는 반응이세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오셨다가 실망하신 분들도 있대요. 앞으로도 기대 안 하고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흐흐”

그에게는 소극장 무대도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극장에서만 공연을 했다. 선우는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담대함 생긴다”라고 했다. 독백 장면에서는 관객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보면서 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그는 가수,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런 점에서 ‘신의 아그네스’는 진로에 대한 방황에 마침표를 찍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지금은 ‘난 가수예요’라고 앨범을 낼 생각이 없어요. 연기를 하는 가수가 아니라, 노래를 좀 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이제 배우의 길을 가겠습니다.”

배우는 “평생 배워야 해서 배우”라고 했다.

평생 배움의 길로 들어선 선우씨. 부디 자신의 이름처럼 관객의 ‘좋은(善) 친구(友)’로 영원히 남아주시길.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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