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뮤지컬마니아 박경림이 사는법] 박경림 “언젠간 내손으로 뮤지컬 만들고파”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01 07:00수정 2010-09-0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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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 가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슈퍼맘’ 박경림의 뮤지컬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 유학 시절 60여 편의 뮤지컬을 120여 차례나 관람한 데 이어 ‘헤어스프레이’를 통해 뮤지컬 주역으로 데뷔했던 ‘뮤지컬 마니아’ 박경림이 환한 표정으로 ‘박경림의 뮤지컬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 뮤지컬을 사랑하는 여인 ‘트레이시’ 박경림과 데이트

미국 유학 2년간 뮤지컬 120회 관람

‘헤어스프레이’는 16번 보고 또 보고
뮤지컬 관객으로 온 PD·작가 눈도장
드라마 ‘더 뮤지컬’ 캐스팅 행운 얻어


방송, CF, 라디오 DJ, 작가, 가수 등 다방면에 걸쳐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경림(31)은 ‘슈퍼 맘’의 전형과도 같은 사람이다. 하루 24시간을 반으로 쪼개 48시간으로 살아도 모자란 삶을, 그녀는 거뜬히 살아내면서도 늘 밝은 표정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박경림은 올해 하반기에 방영될 드라마 ‘더 뮤지컬’에 구혜선, 최다니엘, 옥주현 등과 함께 최근 캐스팅돼 5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그녀가 ‘더 뮤지컬’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그녀 자신이 ‘뮤지컬 덕후(광적인 마니아)’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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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경림은 2009년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여주인공 트레이시 역을 맡아 마니아 관객을 넘어 아예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여인, 박경림. 그녀를 만나 그녀에게 있어 과연 뮤지컬은 어떤 의미이자 존재인지 직접 들어보았다.

박경림을 만난 곳은 서울 신사동의 소박해 보이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박경림이 평소 자주 찾는 단골 맛집이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니 박경림은 구석 자리에서 혼자 엔초비오일 파스타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지만, 점심을 먹고 나선 터라 “천천히 드시라”고 하고는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박경림과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말문 트기는 역시 드라마 ‘더 뮤지컬’ 캐스팅 이야기.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아들 민준이의 옷을 입겠다’란 약속을 했던 박경림은 실제로 2살 아들의 옷을 입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제가 ‘헤어스프레이’를 했잖아요. 그때 PD님, 작가님이 오셔서 제 공연을 보셨대요. 그게 인연이 돼서 ‘더 뮤지컬’에 불러주신 거죠. 얼마나 감사해요?! 뮤지컬이 아니었으면 제게 이런 기회가 왔겠어요?”

박경림은 뮤지컬 ‘광팬’이다. 한국을 훌쩍 떠나 2년 동안 미국 뉴욕에서 유학 하던 시절, 박경림은 60여 편의 뮤지컬을 120회나 관람했다.

“미국에 갔더니 그야말로 뮤지컬 천국인 거예요. 세일도 많이 하고, 할인 쿠폰도 있고, 학생 티켓도 있고. 한국에서 10만 원 넘게 줘야 볼 수 있는 공연을 2∼3만 원에, 그것도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하루 두 편 본 날도 제법 될 걸요?”

그러다 보니 두 번 이상 본 작품도 꽤 된다. ‘오페라의 유령’이 10회, ‘아이다’ 8회, ‘브로드웨이42번가’ 4회, ‘맘마미아’ 5회, ‘시카고’ 7회, 이런 식이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헤어스프레이’는 무려 16회나 관람했다.

박경림이 뮤지컬에 도전한다고 하자 세간에서는 말이 많았다. “그 목소리로 무슨 노래를 하겠다는 거냐”,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 한다”, “괜히 망신만 당할 것”이라며 우려와 비아냥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혹평도 있었지만 박경림은 ‘헤어스프레이’에서 ‘박경림만의 트레이시’를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어스프레이’의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줘서 고맙다”고 직접 박경림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렇지, 왜 박경림은 ‘헤어스프레이’에 직접 출연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을까.

“미국에 있을 때 진짜 좋아했던 작품이거든요.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사실 다른 작품들은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같이 가 주느라 몇 번씩 본 게 많은데, ‘헤어스프레이’ 만큼은 제가 좋아서 16회나 봤죠. 다른 건 몰라도 ‘트레이시’라면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죠. ‘굿모닝 볼티모어’를 딱 부르니까, 대표님이 ‘야, 하자!’ 하시더라고요.”

트레이시는 내로라하는 뮤지컬 전문배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배역이다. 춤, 노래 모두 어렵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극의 80% 이상 무대 위에 등장해야 할 만큼 비중이 크다.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첫날 공연을 할 때 ‘10초 전입니다’ 소리를 듣는 순간 입에 있는 침이 다 말라버렸어요. 논바닥이 ‘좍’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어디 가서 뭘 해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 이제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첫 부분에서 ‘삑사리’가 났죠. 그날따라 관객들도 엄청 많이 오셨는데. 흐흐!”

박경림은 그 많은 장르 중 하필이면 뮤지컬에 꽂혔을까. 박경림은 ‘3배의 감동’을 이유로 들었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잖아요. 어디 한 박자가 안 맞아서 삐거덕대면 더할 나위 없이 실망하게 되는 게 뮤지컬이죠. 반면 춤, 음악, 연기의 3박자가 딱 맞아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 그 감동은 3배로 밀려와요. 안 꽂힐 수가 없죠.”

박경림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로 최정원을 꼽았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우러나오지 않을 수 없다. ‘미스 사이공’에서 여주인공 킴을 연기한 김보경도 있다. 박경림은 김보경의 연기에 대해 “거의 몸을 날리더라”고 표현했다. 브로드웨이 배우도 못 따라올 경지라며 치켜세웠다.

‘뮤지컬 마니아’ 박경림은 열혈관객, 배우를 넘어 제작자까지 넘보고 있다.

“다음 스텝으로는 연극 무대에 서 보고 싶어요. 아직 제게 맞는 작품을 못 찾긴 했지만, 제가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난 다음에는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 작품을 제작하는 게 꿈입니다. 물론 창작물로요.”

시계를 보니 약속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박경림은 “뮤지컬 얘기를 하다 보니 인터뷰가 아니라 신 나게 수다를 떤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인터뷰 하고 나니 어쩐지 ‘뮤지컬을 사랑하는 여인, 박경림’이 아니라 ‘뮤지컬이 사랑하는 여인, 박경림’이란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 ‘더 뮤지컬’에서 그녀가 보여줄 연기가 벌써 기대가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박경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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