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자주 바꾸다 코너 몰린 ‘일밤’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시청자 “적응 힘들어” “과거 포맷과 유사”… 시청률 뚝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사진)’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방영하는 일밤은 1988년에 시작해 20년이 넘은 간판 예능프로그램. 하지만 현재 시청률만 놓고 보면 ‘간판’이란 말이 쑥스럽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5월 31일 전국시청률은 1부가 4%, 2부가 5.9%였다. 경쟁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는 1부 18.8%, 2부 10.3%를 기록했고, KBS 2TV ‘해피선데이’는 14.8%였다. 1부만 따지면 KBS 1TV ‘열린음악회’(4.7%)보다 못하다.

일밤이 이토록 시청자에게 외면 받는 건 포맷이 자주 바뀐 탓이 크다. 3월 29일 1012회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빠져나간 시점부터 따져보자. 이날 탁재훈 김용만 등이 출연한 ‘MC생태보고서 대망’이 시작됐지만 4회 만에 막을 내렸다. 대망 출연진과 비슷한 멤버로 5월 3일 시작한 ‘퀴즈 프린스’도 14일 한 달여 만에 끝난다. 21일부터는 신동엽이 록 밴드를 만드는 ‘밴드 오브 브러더스-오빠 밴드’(가제)가 새로 편성된다.

다른 포맷도 마찬가지. 미혼 연예인끼리의 가상 결혼을 다루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연진의 실제 연애 노출로 삐걱거리다가 5월 10일 실제 연인인 가수 김용준과 배우 황정음이 출연하는 시즌2로 변모했다. 그 와중에 5월 3일부터는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도 신설됐다. 석 달도 채 안 된 시간 동안 5개의 새로운 코너가 생겼고 그중 2개가 사라졌다.

코너만 바뀔 뿐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도 나왔다. ‘소녀시대의…’는 여름만 되면 예능에 나오는 납량특집 공포체험과 달라 뵈지 않는다. ‘퀴즈 프린스’는 2003년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대격돌’을 비롯한 숱한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못 풀면 물에 빠지던 것에서 거품만 바뀐 모양새다. 21일 시작하는 ‘오빠 밴드’ 역시, 목표를 달성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란 스타일이 그리 낯설지 않다.

일밤 게시판에는 “계속 콘셉트가 바뀌면 적응하기도 힘들고 시청자를 잡아둘 수도 없다”(권영빈), “일부 코너 한두 개 개편하고 과거 인기 포맷을 비슷하게 방영하는 건 올바르지 못한 판단”(김은영) 등 비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프로그램답게 충실한 기획과 장기적 안목으로 만들어진 일밤을 팬들은 원하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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