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영화… 상업영화… 박쥐같은 운명의 영화”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받은 ‘박쥐’ 박찬욱 감독

"한국 개봉관에서는 '대중의 취향과 동떨어진 별난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칸 영화제에서는 '초청작 가운데 이례적인 상업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제목처럼 '박쥐' 같은 운명의 영화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지금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25일(한국 시간) 폐막한 제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46)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극장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27일 오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아직 시차적응을 못해 정신이 없고 나른하다"고 했다.

"개봉 뒤 평단 논란이 많았고, 보고 나서 '싫다'고 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칸에서는 장르적 성격이 뚜렷한 '오락영화'가 영화제에 초대받은 것을 특이하게 보는 눈치였어요. 뱀파이어 영화가 칸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더군요. 수많은 서구 뱀파이어 영화와 차별되는 내용이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칸 영화제 공식상영 뒤 '박쥐'에 대한 현지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2000여 명의 관객은 무대에 오른 감독과 배우들에게 8분여의 기립박수를 안겼다. 박 감독은 "여러 영화제에 가봤지만 그렇게까지 진심어린 표정으로 환호해주는 관객은 처음이었다"면서 "경쟁부문에 쟁쟁한 감독들이 많아서 수상 기대를 접고 떠났는데, 그날 밤 슬쩍 다시 기대가 살아나더라"며 웃었다.

"영화제가 스포츠 경기는 아니잖습니까. 상을 받겠다고 아등바등 경쟁하는 분위기는 없었어요. 그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즐겁게 의견을 나누고…. '영화제는 승자는 있어도 패자는 없는 게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으로 외국 영화제에 나갈 수도 있을 텐데, 상을 타지 못해도 '실패'라고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웃음)

그는 "칸에 머무는 동안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고를 차례로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잘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수상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착잡하고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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