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트렌드①] 스크린 오디션의 모든 것

  • 입력 2008년 11월 18일 22시 53분


오디션(audition). 라틴어로 ‘경청하다’란 뜻의 아우디레(audire)에서 유래한 말이다. 18세기 오페라 극장에서 가수의 노래 실력을 듣고 뽑는 채용방식에서 유래됐다.

최근에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뽑는 테스트를 부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한국 영화가 한 해 100편씩 제작됐던 2005년∼2007년, 영화사가 밀집한 서울 충무로와 청담동 일대에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오디션이 열렸다.

최근 가장 주가를 올리는 배우 하정우도 이 시절 오디션에 수십번 떨어져 배우 활동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그런가 하면 스타 류승범과 박해일도 신인 시절 차비를 아껴가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 오디션이 궁금한 두 세가지 것.

# 언제? 영화 제작이 결정되면 제작사 한쪽에 캐스팅 보드를 붙여놓고 배역 이름 옆에 캐스팅된 배우 사진, 이름을 붙인다. 촬영이 시작돼도 캐스팅 보드의 빈 칸이 채워지기 전까지 오디션은 계속 열린다.

# 어디서? 영화에 등장하는 오디션 장소는 대개 조명이 켜진 무대나 카메라가 있는 스튜디오다. 하지만 진짜 오디션은 대부분 제작사 사무실이나 인근 카페에서 이뤄진다. 연기력보다 배역과 배우의 이미지를 비교하는 과정이 주이기 때문이다.

# 누가? 오디션은 정식 공고를 내고 배우를 모집하는 공개오디션과 캐스팅디렉터나 인맥을 활용한 비공개 오디션으로 나뉜다. 영화는 비공개 오디션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유명 프로듀서 사무실 앞에는 종종 ‘지금은 캐스팅 기간이 아닙니다. 프로필을 사절합니다’라는 안내가 붙는다.

# 어떻게? 그리고 왜? 오디션은 캐스팅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연극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배우들도 오디션을 본다. 연기력 검증보다 배역과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연극무대에서 활약했던 오달수는 “처음 오디션을 보러갔더니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대기해 깜짝 놀랐다”며 영화 오디션이 연기력을 검증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역시 ‘식객’, ‘미인도’ 등의 전윤수 감독도 대사를 잘하는지 발음이 좋은지 등의 테스트는 잘 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고유한 개성과 색깔을 찾으려 노력한다.

○ 스타의 산실, 대표적인 공개 오디션 ‘여고괴담’

1998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여고괴담’은 공개오디션으로 주인공을 선발하고 있다. 1편의 박진희, 최강희, 김규리에서 2편 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3편 송지효, 박한별, 조안 4편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 쟁쟁한 스타들이 이 영화를 거쳤다.

‘여고괴담’이 10년 넘게 새로운 스타를 배출한 배경은 철저한 검증과 그로 인한 신뢰이다. 4편 ‘목소리’는 흥행은 실패했지만 주인공 서지혜, 김옥빈, 차예련에 대한 캐스팅이 줄을 이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여고괴담’ 출신 여배우는 검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고괴담’은 최근 5번째 오디션을 끝냈다. 배역 별 경쟁률은 5545대 1. 경기도 남양주 영화종합촬영소에서 진행된 오디션은 최종 3박4일의 합숙까지 거쳤다.

○ 스타도 이젠 오디션 본다.

최근에는 스타급 배우들도 오디션을 본다. ‘미인도’에서 대부분 모든 역할을 오디션으로 캐스팅한 전윤수 감독은 “배우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알 수 있어 비중 있는 배역까지 오디션을 확대하는 건 매우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을 촬영하며 오달수와 김뢰하 등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주인공이 복수이면 먼저 배우를 확보하고, 배역을 결정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스타급 배우들도 오디션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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