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능계 도련님 납시오…‘명문가’ 이시하라-다이고

  • 입력 2008년 9월 17일 07시 51분


‘어느 집안출신’이라는 프로필이 유명세에 유용한 양념으로 작용하는 것은 일본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양각색 캐릭터에 대한 왕성한 소화력을 자랑하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재 가문의 영광을 유쾌한 굴욕으로 바꿔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가 있다. 중견에 속하는 이시하라 요시즈미와 갑자기 떠오른 미남스타 다이고 스타더스트가 그들이다.

퀴즈, 버라이어티 등 예능 종목의 인기 게스트로 맹활약중인 이들은 일단 자신의 정체성을 논할 때 가족 얘기를 먼저 꺼내야 한다.

이시하라 요시즈미는 현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의 아들이자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정조회장의 동생이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로 불린 국민배우 이시하라 유지로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명문 게이오대학을 졸업했으며 정극 배우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후지TV의 뉴스 등에서 기상예보관으로 활약해 두각을 나타낸 이시하라 요시즈미의 현 주요 활동 무대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숯검뎅이 눈썹’으로 놀림을 받으며 여느 개그맨 못지않게 웃음을 찾는 일원으로 활약 중이다. 그가 유달리 재미있는 이유는 명망가의 자제다운 품위 대신 곱게 자란 도련님의 근성을 귀엽게 드러내는 대목에 있다.

고생하기 싫어하고 구시렁거리며 엄살을 떨어 빈축을 사는 게 그의 특기. 호감과 비호감의 우리식 단순한 이분법과는 다르게 고약하고 버릇없어도 독자적인 캐릭터가 있으면 열린 관심을 나타내는 일본에서 그는 투덜이 도련님의 캐릭터로 자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성급 이슈메이커의 대표 주자 다이고의 엉뚱함과 망가짐은 한 술 더 뜬다. 1987년 총리를 지낸 유명 정치인 다케시타 노보루의 손자인 그는 록밴드 브레이커스의 보컬로 2003년 데뷔 앨범도 발표했지만 본인의 솔직한 말마따나 할아버지의 존재를 적극 판매 전략으로 삼은 최근에야 늦깎이로 스타덤에 올랐다. 후쿠다 총리의 저조한 지지율과 관련해 “할아버지는 재임 당시 지지율이 8%밖에 안됐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등 할아버지에 대한 얘깃거리를 기꺼이 쏟아낸 그는 화려한 가문이나 멀쩡하게 잘 생긴 외모와는 아주 언밸런스한 바보스러운 신세대 말투를 유행시키며 높은 주가를 자랑하고 있다.

다이고가 출연하는 방송은 지겹도록 ‘누구의 손자’라는 이력을 화두로 들춘다. 그리고 다이고의 엉뚱한 굴욕 캐릭터를 결합해 시청자들에게 즐기라고 주문한다. 유명 집안의 자제에 대한 일본 방송의 소비 방식은 짓궂고 집요하며 노골적이다.

그러나 그 뒤에 해당 스타의 본질에 해당하는 독특한 재능을 향한 호기심과 인정의 시선을 깔고 있어 거부감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우리 같았으면 집안을 팔아 인기를 얻으려 한다며 호되게 공격부터 받았을 다이고가 그렇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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