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도 돈 거는 폴리마켓… 한국어 지원에 ‘불법 도박’ 판 커져

  • 동아일보

정치-사회 등 각종 사건 결과에 베팅
서울시장 당선자 예측 판돈만 48억… 작년 尹탄핵 베팅 12만명 몰리기도
사행성 크지만 관리 사각지대 방치… 해외선 접속 차단, 이용자 검거도

4일 사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 이란 사태를 주제로 판돈이 오가고 있다. 최근 이 사이트에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주제로 올라오는 등 한국인의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도박이나 여론조사에 대한 국내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마켓 캡쳐
4일 사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 이란 사태를 주제로 판돈이 오가고 있다. 최근 이 사이트에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주제로 올라오는 등 한국인의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도박이나 여론조사에 대한 국내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마켓 캡쳐
“이란 침공으로 730% 벌었네요.”

지난달 28일 미국이 이란을 침공한 후 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수익 인증’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국의 사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지를 두고 돈을 건 이용자들이 남긴 것이다.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전쟁 상황을 도박거리로 삼은 것. 이 사이트는 사설 도박에 해당해 국내에서 불법이지만, 6·3 지방선거 판세를 대상으로 한 베팅까지 등장해 수십억 원이 몰리는 등 한국 이용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쟁과 선거마저 도박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법 사이트가 규제 사각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거·전쟁에도 판돈… 국내 수만 명 이용

폴리마켓은 정치와 사회, 스포츠 등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가상자산(코인)을 걸어 결과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는 해외 사이트로 2020년 만들어졌다. 베팅 주제는 운영진이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선정하는데, 최근엔 한국 내 이슈도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열린 베팅에는 4일까지 약 48억 원이 몰렸고, 지방선거 승리 정당을 예측하는 베팅에도 약 7억 원이 쏠려 있다.

트래픽 분석업체에 따르면 폴리마켓에 접속하는 한국인 방문자는 10만 명을 넘나든다. 올 1월엔 7만3000명이 방문해 지난해 9월(2만3000명) 대비 3.2배로 늘었다. 지난해 3월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판돈이 오가면서 한국인 방문자 수가 12만3000명까지 치솟았다. 이 사이트는 이를 의식한 듯 올 1월 한국어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이용자 상당수는 이곳을 사실상 도박 사이트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이용자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에 1000만 원을 걸었다가 절반을 잃었지만 이후 다른 베팅에 성공해 만회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둘러싼 베팅으로 수익을 거뒀다”면서도 “다만 일부 소규모 시장은 적은 금액으로도 가격을 움직일 수 있어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법망 비웃는데 규제 당국은 뒷짐

이는 사설 도박 사이트와 다를 바 없어 국내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한다. 스포츠토토처럼 특별법으로 허용한 사례를 제외하면, 온라인에서 돈을 걸고 결과를 맞히는 행위는 불법 도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리마켓은 판돈 제한도 없어 1인당 구매액 등을 제한하는 스포츠토토보다 사행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공직 선거와 관련한 베팅의 경우 거액을 가진 특정 참가자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 여론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규제 당국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박 등 불법 사이트 차단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동안 폴리마켓 관련해 신고 등이 접수된 바 없어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피해나 신고가 아직 접수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이 사이트가 기밀을 쥔 계층의 ‘사기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란 공습 직전 내부자가 거액을 베팅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스라엘에선 군사 기밀로 베팅한 이들이 기소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대만, 싱가포르 등은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사이트로 보고 접속을 차단했다. 벨기에는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사이트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싱가포르는 불법 도박 제공을 이유로 사이트 접속을 막았다. 태국 역시 암호화폐 기반 온라인 베팅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차단을 추진 중이다. 대만에서는 2023년 말 접속이 차단된 데 이어, 대선 관련 베팅 이용자들이 잇따라 검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병국 변호사는 “향후 국내 이용자가 늘고 베팅 규모가 커질수록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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