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슈퍼히어로가 온다 ‘핸콕’ “뭐? 내가 기피대상 1호??”

  • 입력 2008년 6월 26일 08시 06분


슈퍼맨이 악당과 싸우다 부서진 자동차,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걸다 유리 깨뜨린 건물, 헐크가 쿵쾅거리다 무너뜨린 집이 내 자동차, 우리 집이라면? 슈퍼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쳐서 좋을 수도 있지만 누가 물어주는 것도 아니고 보험처리는 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왜 그렇게 유치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나와야 하는지. ‘핸콕’은 지금까지 우리가 슈퍼 히어로들에게 품었던 수많은 의문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윌 스미스가 ‘매트릭스’ 출연을 거절한 후 땅을 치며 후회하다 시나리오에 홀딱 반해 출연한 ‘핸콕’, 아무도 좋아하지 않은 슈퍼 히어로가 감옥까지 다녀와 진정한 영웅이 되는 스토리. 언뜻 단순해보이지만 지금까지 어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살아있는 재미, 사람냄새, 애절한 멜로에 깜짝 놀랄 반전까지 담았다.

○ 발상전환 1-슈퍼 히어로는 더 이상 만화 주인공이 아니다

매년 여름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뿌리며 스크린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고향은 대부분 만화책이다. 슈퍼맨과 베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등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는 DC와 마블코믹스 만화에서 탄생했다. 태어난 지 수십년이 지난 캐릭터들이다.핸콕은 영화를 위해 탄생한 슈퍼 히어로다. 만화 속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의상도 필요없다. 핸콕은 영화에서 몸에 짝 달라붙는 옷을 입은 슈퍼 히어로들을 보며 “호모”, “빨간 옷 입은 호모”라고 퉁명스럽게 말할 정도다. 만화 주인공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완벽할 필요도 없다. 외로움에 술을 마셔대고 지나가는 여자 엉덩이에 한눈을 파는 인간적인 슈퍼 히어로다.

○ 발상전환 2-아무도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바지에 운동화, 아무렇게나 뒤집어쓴 모자. 외모에 일정 신경쓰지 않는 ‘귀차니즘’의 대명사 핸콕이지만 나름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우려 애쓴다. 능력 만큼은 슈퍼맨을 능가할 정도로 초강력. 하지만 고소·고발만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결과는 언제나 참담하다. 차가 고장 나 기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하지만 기차는 전복되고 도망가는 강도를 잡지만 고속도로는 쑥대밭이 된다. 당연히 좋은 일을 하고도 핸콕은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세상에 핸콕의 실수는 동영상으로 촬영돼 공유사이트에 올라가고 사람들은 제발 다른 곳으로 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괜히 멋부리며 생색낼 생각 없다. 슈퍼맨이 완벽한 일자 자세를 유지하면서 폼 나게 날아가지만 그는 왼손에 술병 들고 비틀비틀 날아간다.

○ 발상전환 3-슈퍼 히어로 영화에 ‘식스센스’급 반전에 눈물나는 멜로까지

‘아이언맨’까지 수십편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등장했지만 애절한 멜로와 충격적 반전까지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핸콕’은 후반부 전체가 스포일러가 될 정도로 깜짝 놀랄 반전이 등장한다.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

○ 발상전환 4-복잡한 탄생과정은 생략

‘아이언맨’은 영화의 70% 이상을 탄생 소개에 할애했다. ‘스파이더맨’ 첫 편도 그랬다. 하지만 ‘핸콕’은 대사 한 마디로 왜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고 끝낸다. 대신 ‘핸콕’은 그 빈 자리를 다양한 재미를 갖춘 에피소드로 꽉 채운다. 매력적인 ‘오스카 여신’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도 빠질 수 없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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