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난 청춘은 단지 마법이었다…‘마법사들’ 30일 개봉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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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초희 기자
그래픽=박초희 기자
돌이켜보면 그것은 ‘마법’이었다. 스카프에 입김을 불면 비둘기가 나오고 손목에서 동전이 나오는 것처럼 삶은 그렇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런 날들을 ‘마법’이었다고 추억할 정도로 나이가 든 것일까, 현실을 알아버린 것일까.

인디밴드였다가 친구의 자살로 해체된 멤버들은 음악을 통해 달뜬 청춘을 보냈다. 한마디로 그들은 마법의 세계에 살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여지없이 시간은 흘렀고 마법의 힘은 풀렸다. 이제 모두들 차가운 삶의 한복판에서 쓸쓸해하고 허무해한다.

사랑하던 동료 기타리스트 자은이 세상을 떠난 뒤, 강원도 숲 속에 카페를 차려 놓고 도시를 떠난 재성은 자은이 죽은 지 3년째 되는 기일에 옛 밴드 멤버였던 명수와 하영을 부른다. 그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취기를 빌려 낄낄대며 떠들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내면의 고통을 하나 둘씩 토해 낸다. 모두들 각자 다른 색깔로 자은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던 주인공들은 어느덧 마음 속 짐들을 하나 둘씩 내려놓으면서 희망의 끈을 붙잡는다.

송일곤 감독이 만든 영화 ‘마법사들’(제작 드림컴스)의 매력은 영화적 즐거움을 짜증으로 바꿔 버리기 일쑤인 요즘 한국 영화들과 비교해 따뜻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미덕이다. 여기에 독특한 영화적 실험도 시선을 끈다. 카메라 워크는 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별다른 영상적 유혹 없이 대사만으로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살아 숨쉰다.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가는 영화세트 공간 자체가 마법 같은 신화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인과관계가 허술한 줄거리가 옥에 티.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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