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터미널…‘연착 인생’… 그래도 꿈은 있다

  • 입력 2004년 8월 1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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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각각 두차례씩 수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가 만난 영화 ‘터미널’.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각각 두차례씩 수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가 만난 영화 ‘터미널’.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 할리우드의 두 ‘빅 맨’이 만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징적 존재인 이들이 만날 장소로는 사실 전쟁터, 미래 사회, 외계 등 예사롭지 않은 곳이 제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뜻밖에도 공항 터미널이다.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 2002년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이어 세 번째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영화 ‘터미널’은 작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16년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노숙자로 살아온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59)의 삶. 이란 출신인 그는 영국 유학 뒤 귀국하지만 이란 왕정 반대시위에 가담한 전력 때문에 추방당한다. 이후 그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 망명을 요청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끝에 1988년 샤를 드골 공항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스필버그 감독은 나세리의 삶에서 정치색을 덜어내는 대신 사랑 감동 웃음을 적절하게 섞은 ‘할리우드식 처방’으로 소화하기 쉬운 작품을 만들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온 빅토르 나보스키(톰 행크스). 미국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그는 입국을 거부당한다. 그가 미국으로 오는 사이 그의 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 공항당국은 미국과 나보스키의 모국 간에 외교관계가 재개되어야만 입국을 허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통보한다. 나보스키는 뉴욕으로 갈 수도 없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터미널의 67번 게이트에서 9개월간 머물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자본주의적 삶에 서툰 나보스키와 영화적 공간인 터미널의 결합이다. 감독은 나보스키의 개인사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생략한 채 그가 이 공간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과 사건으로 영화를 구성한다. 극중에서 나보스키와 대립하는 관료주의자인 공항 보안책임자 딕슨(스탠리 투치)은 폐쇄회로를 통해 이 특이한 인간을 엿보고, 관객은 다시 이들을 관찰하게 된다. 터미널이라는 공간은 밖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개미집’인 셈이다.

여기에 나보스키와 스튜어디스 워렌(캐서린 제타존스)의 로맨스, 백인 청년과 흑인 여성 입국 심사관의 사랑, 고향 인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늙은 청소부의 꿈 등 공항 사람들의 애환을 끼워 넣어 단조로움을 극복했다.

“I'm delayed(나는 연착됐다).”

나보스키가 워렌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시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비행기에 비유하는 말이다. 다양한 꿈과 가치관이 모두 존중되어야 하며, 비록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는 할리우드식 해피엔드다.

그러나 영화는 나보스키의 ‘관찰’에는 성공했지만 ‘동기 설명’에는 아쉬움을 남긴다. 나보스키가 그토록 뉴욕으로 가려 한 이유가 광적인 재즈 팬이었던 아버지가 생전에 얻지 못한 재즈 가수의 사인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 바람에 영화에 몰두해 온 관객의 마음도 ‘연착’ 상태가 된다. 제작사 드림웍스는 저작권 명목으로 소재가 된 인물 나세리에게 30만달러(약 3억4500만원)를 지불했다. 27일 개봉. 전체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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