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작업 들어간다? ‘와일드 카드’ 로 바꿔

  • 입력 2003년 5월 2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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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영화 ‘와일드 카드’의 원래 제목은 ‘작업’이었다. ‘작업 들어간다’는 말은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작전에 돌입한다는 뜻. 영화 속에도 이 단어는 빈번하게 등장한다.

2년동안 실제 형사 200여명과 인터뷰를 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한 이만희 작가는 형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영화 속에 담아내려 했고, 따라서 영화 제목도 형사들간의 은어인 ‘작업’으로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는 탤런트 윤다훈이 만들어낸 유행어 ‘작업 들어간다’와 동일해 영화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 시트콤 ‘세친구’에서 윤다훈은 여성을 유혹할 때마다 ‘작업 들어간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 때문에 영화 제목을 ‘작업’으로 지으면 코미디 영화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나온 두 번째 안이 ‘형사’. 제작진은 영화의 컨셉트를 ‘아름다운 형사’로 정했다.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형사의 모습을 담자고 했으며 나중에 ‘아름다운 형사’가 너무 길어 ‘형사’로 줄이기로 했다.

김유진 감독은 1998년 영화 ‘약속’으로 전국 관객 350만명을 동원한 기록이 있어 두 글자 제목에 애착을 보였다. 당시 ‘쉬리’ ‘접속’ ‘편지’ 등 두 글자 제목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 그러나 이 제목도 너무 직설적이어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와일드 카드’는 제작사 ‘씨앤필름’의 대표인 장윤현 감독 머리에서 나왔다. ‘와일드 카드’는 카드 게임 용어로 ‘만능패’를 뜻한다. 일종의 ‘비장의 무기’인 셈. ‘와일드’란 말로 거친 액션의 느낌을 전달하기 좋고, 영어 제목이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쉽다는 이유도 감안됐다. 극중 장칠순(김명국)과 오영달(정진영) 형사가 나누는 대화 중 “우리의 ‘비장의 무기’가 뭘까? 몸뚱아리.”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래서 들어간 것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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