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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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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텔레비전의 폭력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조지 거브너라는 학자는 미국 청소년이 18세가 될 때까지 3만2000건의 살인과 4만건의 살해 시도 장면을 보고 자란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미디어에 묘사된 폭력을 모방하는 범죄도 심심치 않게 사회문제화된다. 영화 ‘디어 헌터’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이 사이공에서 러시아 룰렛 도박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를 보고 권총으로 러시아 룰렛 게임을 하던 사람 중 29명이 자신의 머리를 쏘았다는 기록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영화를 통해 대리로 배출하면서 오히려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내 현실세계의 폭력을 줄여준다는 이론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폭력장면이 청소년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영화에 검열제도가 있을 때는 화면에 여배우의 유두(乳頭)나 치모(恥毛)가 드러나면 무조건 가위질을 한 적이 있다. 폭력을 걱정하는 학자들은 정작 두려워할 것은 젖꼭지나 털이 아니라 아무런 감각 없이 자행되는 영화와 드라마 속의 살인행위와 폭력이라고 개탄한다.
▷영화 드라마 제작자들이 폭력을 선호하는 이유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쉽고 정교한 번역이 필요 없어 세계 시장에 내다팔기 좋고 제작비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친구’의 흥행 이후 조폭 영화 붐이 일어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이 대히트를 했다. ‘친구’의 감독이 영화사로부터 흥행 보너스 5억원을 받아 일부를 영화의 모델이었던 조폭 행동대장에게 전달했다고 해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모양이다. 살인교사혐의로 복역 중인 조폭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한 것이 범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보상’ 같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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