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발전기금 부실운용 안된다

  • 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28분


정부 부처들이 관할하는 연기금의 자금운용 평가에서 방송발전기금이 가장 부실하게 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방송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다.

방송발전기금은 지상파 방송사와 홈쇼핑채널 사업자 등으로부터 광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해 마련된다. 애당초 이 기금의 설립목적은 말 그대로 방송발전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가장 방만하게’ 사용되는 자금에 불과했다. 작년 1013억5500만원의 방송발전기금 지출 가운데 프로그램 제작 지원, 방송관련 교육 및 조사연구 등의 방송진흥사업에 쓰인 돈은 141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문예진흥기금 및 문화산업진흥기금과 중복되는 문예진흥사업에 119억원을 쓰는 등 방송과 관련없는 부문에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이 방송발전기금의 현실이다.

이는 방송법상 방송발전기금을 ‘방송진흥사업 및 문화 예술진흥사업을 위하여’ 쓰도록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한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 기금을 ‘주인 없는 돈’으로 여겨 무책임하게 집행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금 사업운영 부문의 집행실적은 A-인데 사업선정 및 성과, 자원배분이 모두 최하위 E인 것도 잘못된 사업에 성과도 없이 돈을 퍼주었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의 공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방송의 엄정한 보도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편파보도 시비와 방송인의 자질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 기금은 방송인들이 공정보도를 할 만큼 균형감각을 갖도록 하는 일과 저질 프로그램들의 품질을 향상하는 데에 우선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의 이용 대가를 함부로 쓰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차제에 방송발전기금을 두루뭉술하게 써도 상관없도록 방치한 방송법 조항도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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