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여우와 솜사탕' 유준상…"정말 눈물 났어요"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23분


“길을 가다 30대 중반의 노총각들이 저를 알아보고는 ‘남 얘기 같지 않다’며 인사를 건네와요. 두 손을 꼭 잡고 눈물까지 글썽일 땐 내 연기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30대 중반 노총각의 험난한 결혼 과정을 그려 화제가 되고 있는 MBC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의 유준상(33)은 요즘 드라마를 찍으며 ‘동병상련’의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약혼자 부모의 구박과 경멸을 받노라면 아무리 극중 상황이지만 원망과 서운함, 서러움이 복받치기 때문이다.

“펑펑 우는 건 아니고요, 그냥 눈물이 좀 글썽이는 거죠 뭐. 연기에 몰두하다보니.(웃음)극 중 강철은 저와 많이 닮아 심성이 곱고 여리거든요.(웃음)”

쑥스러운듯 가끔 운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 하자 동석했던 상대역의 소유진이 나서서 한 마디 한다.

“에이∼, 거짓말. 언젠가 우리가 찍은 장면을 다시 보는데 갑자기 안약을 달라고 하는거에요. 왜 그러나 하고 쳐다봤더니 눈물이 가득 고여 주루룩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거 있죠. 자기가 우는 거 들킬까봐 재치있게 넘기려고 했던거죠.”

들통이 나버리자 극중에서처럼 ‘하!하!하!’하고 웃는다.

점잖아 보이는 인상과 달리 유준상은 재미있는 애드리브(즉흥 연기)로 극중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를 밀도있게 전개시켜야하는 드라마에서는 코미디나 시트콤과 달리 애드리브를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

“선녀(소유진)가 도시락을 싸와서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어요. 도시락에 옥수수를 하트모양으로 박고 가운데 방울 토마토를 올려놓은 거에요. 대본에도 없는 질문을 했죠. ‘이 옥수수는 뭐야?’ 그랬더니 소유진씨도 지지 않을세라 ‘내 마음’하면서 받아치더군요. 그래서 또 물었죠. ‘그럼 이 토마토는?’ 소유진씨는 뭐라는 줄 아세요? ‘내 마음 속에 콕 박힌 너’”

이런 발랄한 즉흥 대사로 인해 스태프들이 예기친 않게 고생한다. 마이크 담당 스태프는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마이크를 이리저리 옮기느라 애를 먹는다고 한다.

유준상은 386세대의 ‘끝물’(동국대 연극영화과 88학번)이나 정작 본인은 한번도 386세대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386이라고 하면 왠지 설움이 많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386이라 규정하기엔 저는 너무 ‘발랄’한 것 같아요.”

그는 머리를 제끼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는 그만의 동작을 보여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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