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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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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The Others)’는 바로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다룬 스릴러다. 여느 공포영화와 달리 스크린을 붉은 피로 적시지도 않고 연쇄 살인마가 나오지도 않지만‘디 아더스’는 실제 삶과 유령의 세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오싹하게 한다.
1945년 영국 채널 제도의 한 섬. 자욱한 안개를 뚫고 두 명의 하녀와 한 명의 하인이 대저택을 찾아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집에는 전장터에서 실종된 남편을 기다리는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저택에는 이상한 원칙이 있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리고 조명은 희미한 촛불만 켜놓아야 한다, 집안의 방문을 여닫을 때는 먼저 연 문을 반드시 닫은 뒤 다른 문을 열어야 된다…. 그레이스는 “아이들이 햇볕 같은 강한 빛에 노출되면 죽는 희귀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조건은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안개로 고립된 저택, 항상 어둠속에 살아가는 가족. 이로 인해 영화는 별다른 효과음 없이 문닫는 소리 하나만으로도 공포를 쌓아올린다.
새로 하인들이 온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빈 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커튼을 떼어버린다. 딸 앤은 “빅터라는 소년을 봤다”며 이 집에는 다른 사람들(디 아더스)도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내 그레이스는 저택을 뒤지다가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의 묘미는 두 번의 반전.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영화 중후반부쯤에 3년전 어느 스릴러(반전의 결정적 힌트가 되기 때문에 제목을 밝힐 수 없다)와 유사한 결말을 예측할 수도 있겠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24세 때 스릴러 ‘떼시스’(1996년)로 데뷔한 뒤 ‘오픈 유어 아이즈’(97년)로 일약 유명해졌다. ‘디 아더스’는 그의 세 번째 장편이자 영어로 만든 첫 영화. 개봉 첫주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뒤 8주간 5위안에 머물렀다.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
니콜 키드먼은 모성애와 강박 관념이 섞인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키드먼의 연기 중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전체관람가.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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