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꽃섬' 상처입은 영혼을 위한 서정시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40분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최우수 아시아 신인감독상 수상. 이 설명만으로 영화 ‘꽃섬’에 대한 평가는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단편 부분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송일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더해진다.

‘영혼의 상처와 치유’라는 진지한 주제나 한국 관객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로드 무비’장르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꽃섬’은 다가서기 어려운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꽃섬’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낙태한 소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등 추상 이미지와 상징이 간간이 등장하나 때로는 상투적일만큼 설명적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PBS(부산방송)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로 촬영된 ‘꽃섬’은 배우의 움직임을 낱낱히 관찰하려는 롱테이크(장면 전환없이 한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가 많아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처럼 사실적인 표현 기법속에서도 이 영화는 판타지를 버무려 마치 ‘성인 동화’같은 서정적 분위기를 풍긴다. 평론가들이 높이 평가하는 대목도 다큐 기법을 영화의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감독의 연출 솜씨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화장실에서 낙태를 한 뒤 친엄마를 찾아 나선 10대 소녀, 설암에 걸려 혀를 잘라야 하는 20대의 뮤지컬 가수,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노인을 상대로 매춘을 하다가 남편에게 쫓겨난 30대 주부 등 아픔을 가진 세 명의 여자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꽃섬’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노영심의 영화 음악을 듣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24일 개봉. 18세 이상.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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