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V 드라마, 사이버 공간에서 홍보전 치열

  • 입력 2000년 12월 4일 14시 29분


"사이버 시청자를 잡아라."

인터넷이 TV 프로그램 홍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새로 시작한 MBC 수목 드라마 <황금시대>는 기존 MBC 사이트와는 별도로 홈 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동안 드라마의 홈 페이지는 방송사 사이트 내의 드라마 섹션 안에 만드는 것이 관례. 하지만 <황금시대>의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은 MBC 드라마 섹션과는 상관없이 따로 홈페이지를 열었다. <황금시대>의 홈 페이지에는 제작진 소개, 촬영장, 제작일지, 대본 등 드라마 홈 페이지의 '기본 메뉴' 외에 '테마 토크', '나도 비평가' 등 네티즌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강화했다. 또 드라마 현장을 취재하는 대학생 명예기자들을 선발하는 등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네티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황금시대>가 이렇게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는 하나이다. 드라마를 홍보하는데 인터넷이 무시할 수 없는 매체가 됐기 때문이다. 올 가을 높은 인기를 누린 KBS 2TV 미니시리즈 <가을동화>는 방영기간 동안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회수가 10만 건이 넘는 등 TV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은서의 죽음을 앞두고 '그녀를 살려달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지면서 한때 홈 페이지가 다운되는 '불상사(?)'를 맞기도 했다. <가을동화>의 홈 페이지는 드라마가 끝난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고, 시청자들이 개설한 4∼5개의 자매 사이트들도 사이버 공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드라마의 홈 페이지는 구색 갖추기 성격이 짙었다. 대개 방송사마다 인터넷에 운영하는 사이트의 드라마 섹션에 페이지을 열었다가, 드라마가 끝나면 접는 등 형식적이었다. 내용도 대본과 출연진 소개 등 천편일률적이었고, 그나마 클릭을 하면 내용이 없는 등 무성의한 페이지도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 인기에 네티즌들의 여론이 작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제 사이버 공간의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한 드라마는 인기를 얻기가 힘들어졌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첫방송 후 4회까지 인기를 얻지 못하면 이후에 뒤진 시청률을 만회하기 힘든 것이 방송가의 통설이다. 이런 점에서 단기간에 여론몰이가 가능한 인터넷이야말고 훌륭한 홍보 매체이다. 특히 최근 사이버 공간의 시청자들은 단순히 드라마 내용을 미리 알거나 사진을 다운받는 등의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드라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능동적인 성격을 보여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는 드라마일수록 인기를 모으는데 유리하다.

성인 시트콤을 지향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세 친구>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시트콤의 소재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소재 공모는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제작진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공급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응모작을 통해 시청자들의 취향과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제작사인 '조이TV'는 앞으로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홈 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정보나 서비스도 예전의 대본이나 단순한 제작현장 스틸 사진에서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황금시대>의 경우에는 드라마의 시대가 되는 일제 초창기의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SBS의 경우에는 극중 등장인물의 의상이나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SBS <여자만세>의 홈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극중에 채림이 입고 나오는 R사의 쇼핑몰을 통해 의류 컴퓨터, 핸드폰 등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요즘 드라마 제작현장에서는 작품 촬영 못지 않게 6mm 디지털 캠코더 촬영에도 공을 들인다. 홈페이지용으로 별도의 동영상이나 현장 스케치를 하는 것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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