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일요스페셜' 때묻지 않은 비경 볼만

  • 입력 2000년 8월 4일 19시 30분


“호수가 거울같아 나 스스로 담배꽁초 버리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내가 사는 땅이 아닌데도 정말 오래도록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 있는 캄차카를 한달여간 취재한 KBS 1 ‘일요스페셜’의 윤태호 PD의 말이다. 그가 취재한 캄차카의 순수는 ‘일요스페셜―원시 자연의 보고 캄차카에 가다’(6일 밤 8시 )를 통해 방영된다.

캄차카는 1991년까지 군사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자동차로 세시간 이상 가야 하는데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윤PD는 원주민 에벤족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0여 마리의 순록을 방목하는 이들은 그 고기와 모피로 식량과 옷을 해결하지만 함부로 잡지 않는다. 새끼를 못낳는 암컷이나 늙은 수컷을 잡음으로써 순록과 더불어 살아간다.

캄차카의 대표적 명물은 연어. 호수가에서 30분만 그물을 던지면 수백kg의 연어를 잡을 수 있다. 캄차카주 정부는 어민들의 어획량과 작업 시기를 통제함으로써 연어 낚시도 1인당 제한을 두는 등 연어를 보호하고 있다.

캄차카 동쪽의 섬 카만도르(베링). 날씨가 험해 나무가 자라지 않는 이곳 해변에는 수천 마리의 물개와 바다 사자, 그 위를 나르는 가마우치와 갈매기 떼가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캄차카는 차츰 외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고차들이 내뿜는 매연이 하늘을 가리는 일도 있고 웅담 해구신 모피를 노린 외지인들 때문에 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윤PD는 “공생의 지혜를 지닌 원주민, 탄성을 빚어내는 비경 등과 한달여를 지내면서 스스로에게 삶의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곤 했다”고 취재 소감을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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