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보았다]마광수교수-이광모감독

  • 입력 1999년 3월 22일 19시 43분


줄기차게 ‘유희로서의 성’을 주장해온 마광수 교수(연세대),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이광모 감독. 이들은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어떻게 보았을까. 19일 밤 영화 시사회후 열린 토론회에서 마광수 교수는 특유의 독특한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했다.

▼ 마광수

이 영화는 늙은이가 젊은 여자를 ‘꼬시려는’, 졸렬할 정도로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테러장면과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무슨 대단한 뜻을 품은 것같진 않다. 오히려 감독이 의도했던 건 ‘조롱’이 아닐까. 영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덧붙이는 시각에 도전하기 위한 일종의 장난같다.

이 영화는 늙은이도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너무 당연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것으로 호도하려 하는 상식적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당연한 욕망조차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를 조롱했다.

▼ 이광모

마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 영화는 성적인 강박과 부르조아 사회의 위선적인 문화를 비웃고 할리우드식의 매끈한 영화 제작 관습조차 조롱하고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아,그럴 듯하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이면 누구나 사용하는 트릭조차 쓰지 않고 그런 것들을 드러내놓고 조롱했다. 루이 브뉘엘은 진정 달관한 대가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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