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컴백앨범 공식출시…꺼지지 않은 「신화」 입증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8분


왜 여전히 서태지인가.

96년 은퇴 선언 뒤 2년반만에 복귀한 서태지의 새 솔로앨범이 가요계는 물론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IMF귀신’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도 이 앨범은 7일 공식 출시에 앞서 예약판매만 1백만장을 기록했다. PC통신에는 새 앨범의 가사가 앞다투어 실리고, 음반의 완성도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겁다.

서태지 신화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2년간 미국에 거주하면서 음악적으로나 개인적 근황이 모두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는 ‘안개 효과’를 첫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난 알아요’ ‘교실 이데아’ 등 신곡을 내놓을 때마다 가요계를 ‘친(親)서태지파’와 ‘반(反)서태지파’로 양분시킬 정도로 파격적인 음반의 실험성과 도전의식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서태지 붐은 무엇보다 그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누구도 ‘포스트 서태지’의 확실한 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H.O.T’ ‘젝스키스’ 등이 아이돌 스타로 자리잡았으나 이들은 서태지처럼 ‘테크노 문화’로 집약되는 새로운 문화 형식을 받아들이고 사회적 모순에 대응하는 신세대 전사(戰士)로서가 아니라 감각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김건모 신승훈 등 음반 판매에서 쉽게 1백만장을 넘기는 가수들이 있지만 이들은 변하지 않는 고전적 순수함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서태지와 비교하기 어렵다.

강헌(대중음악평론가)은 “서태지는 단순히 음반판매량이나 인기도를 기준으로 한 슈퍼스타가 아니라 90년대 신세대의 음악과 가치관을 표출하는 대변인”이라며 “10대를 중심으로 30대초반까지 포괄하는 서태지의 지지세력은 새로운 스타 그룹에서 대안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신화의 끝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서태지를 둘러싼 ‘안개 효과’가 감소된 만큼 음반 판매량과는 별개로 이번 앨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 뉴페이스의 등장, 시대적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성공회대 김창남교수는 “지금까지 서태지는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아티스트라기보다는 우상으로 존재해 왔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아티스트의 길을 선언했다. 90년대초반 신세대 문화의 기호로서 존재했던 그가 세기말 음악의 상징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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