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젤 워싱턴, 새영화 「다크 엔젤」형사역 맡아

  • 입력 1998년 1월 14일 08시 00분


현대인이 잃어버린 원시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검은 피부, 그리고 그것을 뚫고 솟아나오는 치열한 내면연기. 순간순간 왠지 모를 깊은 우수마저 어른거리는 듯하는 이글거리는 눈빛…. 덴젤 워싱턴(44). ‘말콤X’ ‘펠리칸 브리프’ ‘크림슨 타이드’ 등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하나같이 지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흑인 배우인 그는 자신의 피부색깔에 씌워져온 오랜 편견을 깨뜨림으로써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그가 이번에는 신과 인간을 대신해서 악마를 상대로 사투를 벌인다. 새 영화 ‘다크 엔젤’(FALLEN)에서 강력계 형사로 등장했다. 올 봄 개봉되는 이 영화는 형사 존 홉스(덴젤 워싱턴)가 성서시대인 2천년전부터 인간의 몸속에 살아온 악마와 대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속에서 악마는 인류의 멸망을 목표로 삼아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살인을 저지른다. 특히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경찰관을 철저히 파괴해왔다. 경찰과 법정세계를 단골메뉴로 다뤄온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아버지로 둔 것이 자신의 작품선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호블릿 감독은 스릴러 영화 ‘프라이멀 피어’ 등을 맡아 우리에게 친숙한 편. 12일 홍콩 피넨슐러호텔에서 만난 덴젤 워싱턴은 그의 진지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장난기어린 표정과 유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능한 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생활신조라고 했다. 그러나 일에는 프로임을 자부한다. 영화속의 형사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도시의 관련기관을 돌아다니며 연구했다는 것. 미국 포드햄대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89년 ‘글로리’로 남우조연상을 탄 배우답다.촬영때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추위였다. “산속 오두막에서 악마와 싸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2주일동안 추위에 떨었고 특히 눈밭위에서 몸부림치는 장면은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장차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 고전적인 작품을 들었다. 대학시절 ‘오셀로’역을 맡았던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그동안 너무 진지한 연기만 해왔다는 평을 의식한 듯 연기변신 의향도 밝혔다. “만약 지금까지와는 달리 악역이 주어진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철저한 냉혈한이 돼보고 싶습니다. 또 여성과의 사랑을 나누는 역도 구상해놓은게 있습니다.” 한국에 당신을 좋아하는 수많은 여성팬이 있다고 하자 “정말이냐.그런줄 몰랐다”며 “가까운 장래에 한국에 가서 인사도 하고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다음 영화로 스파이크 리가 감독한 ‘He Got Game’에 출연할 계획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심각한 갈등을 겪다가 아버지의 이해와 노력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농구영화라고. 〈홍콩〓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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