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당장 갚아야할 돈 1370억… 유동성 위기 고조

  • 동아일보

신용등급 강등에 ‘대출조건’ 박탈
채권자 만기 상관없이 상환 요구
JTBC 개인투자자들 항의집회 추진
“자구노력 없어… 경영진 사퇴해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선언한 중앙일보가 16일 1370억 원 규모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돈을 빌린 사람이 만기까지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잃어, 채권자들이 만기와 상관없이 즉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중앙일보는 이날 1370억 원에 달하는 기한이익상실이 4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중앙일보는 회사채 계약 당시 신용등급이 1단계 이상 하락하면 기한 이익이 상실된다고 명시했는데, JTBC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중앙일보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이 조항이 적용됐다. 원칙적으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회사채 원리금 전액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조만간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채무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 등을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JTBC에 대해서는 개인 채권자들이 “자구 노력 없는 기습적인 회생 절차에 착수한 것에 분노한다”며 반발했다.

JTBC 등 중앙그룹 채권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내에서 거래할 수 있는 JTBC 회사채 종목은 4개다. JTBC 등 중앙그룹 5개사가 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인 12일 8950∼1만30원에 거래됐던 4개 종목의 액면가는 16일 종가 기준 4385∼4914원으로 하락했다. 불과 2거래일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단체 행동을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에는 ‘JTBC 개인 투자자(채권자) 연대’ 명의로 “자구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회생 절차(법정관리)에 착수한 것에 분노한다”며 현 경영진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게재됐다.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박윤조 씨(52)는 “아들 결혼 자금으로 모아 놓은 돈으로 JTBC 채권에 투자했는데, 경영진이 자구 노력 없이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 연대는 19일 서울 마포구 JTBC빌딩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증권사들이 JTBC 등 중앙그룹 채권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문제가 발생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 위험도가 높았던 JTBC 등의 채권에 대해 투자 설명서에 재무 상황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금융권이 중앙일보, JTBC 등 중앙그룹 8개사에서 손실을 볼 수 있는 최대 금액(익스포저)을 1조30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중앙일보, JTBC 등 중앙그룹 8개사의 금융권 신용공여 위험 노출액이 1조3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JTBC 등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5개사로만 좁혀도 노출액은 최대 79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위험 노출액은 돈을 빌려간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해 금융사가 손실을 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뜻한다. 신용평가사들은 15일 워크아웃을 추진한다고 밝힌 중앙일보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16일 중앙일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내렸다고 공시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JTBC 등 중앙그룹 5개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함께 낸 보전 처분,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에 따라 중앙그룹 5개사의 자산과 채권은 동결된다.

재판부는 조만간 대표자 심문 기일을 열어 기업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JTBC가 신청한 ARS(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받아들일지도 보고 있다. ARS는 법원 개입 없이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에 나설 수 있도록 최대 3개월간 회생 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미루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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