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동아국제금융포럼]
피터 하윗 美브라운대 교수 강연
“첨단 AI, 산업판도 재편 가속화… 정부-기업-대학 손잡아야 결실
금융이 혁신기술 지원 나설때… AI 쓰는 시대, 흥미-호기심 중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 금융의 길’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금융으로 ‘중진국의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융은 창조적 파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80)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 금융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맡아 “한 국가가 계속 선진국을 유지할지 가늠하려면 금융 시스템을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윗 교수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이 산업 판도를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 기술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혁신 금융의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과거 중진국으로서 선진국의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스타트업 키워 대기업 혁신을 자극하라”
하윗 교수는 기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하려면 스타트업을 키워 혁신의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 주자(대기업)들이 계속 혁신하도록 독려하려면 스타트업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신생 업체는 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일례로 미래 화폐로 떠오르는 스테이블 코인 개발 스타트업을 들었다. 모험 자본을 수혈한 스테이블 코인 신생 기업들이 영향력을 키워 기존 은행들에 위기 의식을 주고 ‘혁신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정책 금융, 대기업의 지분 투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만큼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윗 교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과거 성공이 혁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AI 같은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정책 금융은 스타트업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기업의 경쟁을 장려할 수 있다”고 봤다.
실패를 인내하는 태도도 강조됐다. 하윗 교수는 “예금 등 수신을 기반으로 한 대형 은행이 기업에 돈을 대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며 “스타트업이 성공할 때까지 오랫동안 묻어둘 수 있는 금융이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주도로 혁신 기업에 대출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하윗 교수는 “각계 전문가의 전문성과 금융 전문성이 결합한 것이 벤처캐피털(VC) 생태계”라면서 “(혁신 금융을 위해) 기술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할 수 있는 VC 시스템과 식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 시대, 수익성보다 흥미와 호기심을 좇아라”
하윗 교수는 혁신 성장의 필수 요소로 정부-기업-대학의 협력을 꼽았다. 그는 “규제가 없는 시장을 지향하는 미국조차 컴퓨터 산업 등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며 깊이 개입했다”면서 “복잡한 기술 발전에 맞게 정부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계는 재계로 넘어가 연구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오는 등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윗 교수는 기조 강연 후 이어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고품질 인적 자원에 집중해 경제 성장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인구 감소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자는 것이다. 하윗 교수는 “미국이 혁신을 이룬 비결은 특허를 만드는 이민자를 자석처럼 빨아들인 덕분”이라면서 “이민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재의) 미국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는 기회인 만큼, 전 세계 인재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도록 기관, 학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I로 채용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가 수익성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을 좇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AI를 평생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고 직장은 하나 이상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노고를 견디면서도 할 만한 일, 진짜 좋아하는 일, 온몸을 바칠 만한 일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노벨상 美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 발전시켜 AI 혁신시대 주목받아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혁신과 성장의 관계를 규명해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창조적 파괴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1942년 제시한 개념으로,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며 새로운 혁신이 기존 방식을 파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윗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는 특정 기업의 실패가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계량화해 수학적 모델로 제시했다. 한 기업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내놓은 더 나은 제품과 효율적인 서비스로 1위 자리에 오르면 후발 주자도 이를 뒤쫓으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혁신이 산업 생태계를 뒤바꾸면서 하윗 교수의 이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윗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혁신과 성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하는 국가들에 평균적인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혁신을 촉진하는 자율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반독점 경쟁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46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태어난 하윗 교수는 캐나다 웨스턴대(옛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석사를,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라운대 경제학과에는 2000년에 합류한 뒤 2013년부터는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윗 교수는 현재까지 거시 경제학 및 화폐 이론과 관련해 100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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