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분석 결과, 최근 비수도권 저소득층 자녀 80.9%가 가난을 대물림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에는 자식 세대가 부모보다 월등히 나아지는 계층이동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나는’ 세대간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나지 못한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전히 하위권 소득 수준에 머물며 ‘가난의 대물림’을 겪는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1일 공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은 최근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백분위 기울기(RRS)는 0.25, ‘자산’ 백분위 기울기는 0.38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구분하면 1970년대생 자녀의 소득 RRS는 0.11, 자산 RRS는 0.28 였으나, 80년대생 자녀는 각각 0.32, 0.42로 파악됐다.
RRS가 1에 가까울수록 대물림이 심하다는 뜻으로, 소득과 자산 모두 ‘최근 세대’로 올수록 대물림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도권 이사하면 상승, 가만히 있으면 하락
보고서는 지역 간 이동(이주)이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타 지역으로 이주한 자녀의 소득 백분위는 부모보다 평균 6.5%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주하지 않은 자녀는 2.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출생 자녀는 수도권 내 이주 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계층 상향 이동이 이뤄졌다. 반면 비수도권 출생 자녀는 수도권으로 이주할 때 경제력 개선 폭이 컸으나, 광역 권역 내 시·도 간 이주 시에는 그 효과가 크게 축소됐다.
과거 세대는 비수도권 출생 후 거점 도시 대학을 졸업한 집단과 수도권 대학 진학 집단의 평균 소득 백분위가 각각 61.7%와 62.3%로 비슷했다. 반면 최근에는 수도권 대학 졸업 집단의 평균 소득이 61.8%로 거점 도시 대학 졸업 집단(53.3%)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 이주에 막대한 주거비와 교육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부모 자산이 상위 25%인 자녀는 하위 25% 자녀보다 수도권으로 이주할 확률이 43%포인트 높았다.
● 비수도권 ‘가난 대물림’ 과거 50%→최근 81%
비수도권 출생 비이주 자녀 중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경우, 자녀 역시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이 과거 50% 후반에서 최근 80.9%로 치솟았다. 반면 상위 25% 소득층으로 진입하는 ‘개천의 용’ 비율은 13%에서 4%대로 급감했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청년층의 일방적인 수도권 집중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민수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장은 “거점 도시 중심의 지역 성장은 비수도권 내 지역 간 이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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