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청구 후 사전동의 없이 공사”…임차인 울리는 ‘깜깜이’ 원상복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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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훼손했는데 전체 도배비 청구”…310만원 견적서에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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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임차인들이 임대인의 과도한 원상복구비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부 견적서마저 제공하지 않아 ‘깜깜이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 북구 송정동의 한 공공건설임대주택 아파트에선 퇴거 시 청구되는 원상복구비를 두고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6년간 거주했다는 임차인 A 씨는 작년 11월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임대인로부터 310만원의 견적서를 통보받았다. 입주 전의 상태로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 ‘원상복구비’였다.

A 씨는 “현관 중문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천정 벽지가 일부 훼손됐는데, 시행사는 거실과 주방 천정이 이어져 있다는 이유로 천정 벽지 전체 도배비 60만원을 청구했다”며 “훼손 범위에 비해 과도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벽지 시공비 외에도 화장실 손잡이 7만원, 도어록 7만원, 방충망 8만원, 서랍 경첩 교체 3만원 등을 시중보다 비싼 가격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청구받았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23년 기준 공공임대주택 퇴거 세대 원상복구비 단가표에 따르면 화장실 손잡이 1만 6100원, 디지털 도어록 6만원, 방충망 3만 700원 등으로 책정돼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서 원상복구비는 실제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시설물의 경과연수에 따른 감가상각률을 공제해 산출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자체로 만든 해당 아파트 임대차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변색, 마모 등 생활 하자에 대해선 퇴거 시 수선비를 부과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항이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A 씨의 지적이다.

현관 중문 철거 과정에서 천정 벽지가 일부 훼손된 모습.(임차인 A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현관 중문 철거 과정에서 천정 벽지가 일부 훼손된 모습.(임차인 A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A 씨가 견적서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음날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땐 이미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벽걸이 TV를 설치하느라 구멍 3개가 났는데 임대인이 사전 동의 없이 타일 5장을 교체하고 인건비 포함한 비용을 50만원 부과했다”며 “이에 대해 견적을 낸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하니 ‘공사한 적이 없다’며 발뺌해 공사 주체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벽지를 직접 닦아 일부 흠집을 지우고 최초 견적보다 100만원이 깎인 210만원을 청구받게 됐다.

문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세부 공사내역이나 자재 단가, 공정별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원상복구비를 청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사인 하이아트 건설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퇴거 점검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훼손된 항목에 대한 확인을 미리 받았으며, 이후 정해진 단가표대로 견적이 나온 것”이라며 “생활감만 있는 정도여서 원상복구비를 한 푼도 안 받는 세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 공사 내역서를 만드는 과정에도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로 제공하진 않는다”며 “시행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가 아니더라도 임차인이 희망하면 개별 업체를 알아보는 선택지도 있다”고 말했다.

사전 동의 없이 공사가 진행된 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황은 모르지만 인테리어 업체에서 고용한 인부가 다른 세대 공사와 동시에 진행한 것 같다”며 “여러 세대 복구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해야 비용도 절감하고 시간도 단축된다”고 해명했다.

통상적으로 원상복구비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진행하며, 이를 통한 조정이 어려우면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퇴거 후 원상복구비를 청구받는 임차인은 다른 선택지를 찾을 여유도 없이 임대인의 요구에 따르는게 대부분”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선 민사 소송까지 가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부당하더라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울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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