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왼쪽)이 현대차·기아, 하나은행과의 업무협약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제공
오픈AI의 챗GPT가 나온 뒤 세계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손실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이끈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적 중심의 금융이었다면 이러한 혁신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후 무보)는 제2의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래 성장 가능성 중심의 ‘특례지원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내규 제한 때문에” 대신 “내규에도 불구하고”로 전환
무보의 특례지원제도는 담보나 재무제표 위주의 전통적 심사에서 벗어나 기술력·수출 역량 등 미래 성장 가능성 중심의 새로운 심사 모델이다. 최근에는 수출 여건 악화 속에서 특례지원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원 범위와 중견기업 한도를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73억 원이던 지원 실적은 올해 740억 원으로 10배 증가했고 연말까지는 최대 200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소부장 기술 국산화로 외산 대체하고 수출까지 성공
특례지원제도는 수출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한다. 무보의 ㈜선익시스템 특례지원은 성장 가능성을 심사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OLED 생산 장비를 만드는 선익시스템은 소형 장비를 주로 생산했으나 최근 중대형 장비 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거액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른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 자금 수요로 무보의 문을 두드렸다. 디스플레이 업계 불황 등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무보는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해 50억 원 규모의 수출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대규모의 시설 투자로 이어졌으며 현재 추가 수출 계약에 따른 후속 금융 지원도 검토 중이다.
K-sure 특례지원으로 K-Culture에 날개를 달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콘텐츠 산업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K-문화산업의 성장성과 제작 역량을 인정받아 무보의 금융 지원을 확보했다. 어트랙트 부사장은 “특례지원 덕분에 위기를 넘겨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영양가 만점의 지원이다”라고 평가했다.
화장품 제조사 ㈜신도피앤지는 내수 기업에서 수출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브랜드를 개발하던 중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주문량 증가에도 그간의 재무 상황 악화로 자금난에 시달렸으나 무보를 통해 구매 자금을 확보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K뷰티 페스타에서 신규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가공식품 전문기업 에스시디디㈜는 태국, 대만에 이어 러시아, 호주 등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 중이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출 급증세를 인정받아 무보의 도움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K푸드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적 금융에 앞장서며 수출 안전망 역할
무보는 최근 대미 관세 협상 장기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9월 현재 중기 지원 실적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79조 원으로 올해 최초로 100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용 기업 수도 2023년 3만3000개사, 2024년 4만6000개사, 2025년 5만1000개사로 급증해 국내 수출기업 약 10만 개사의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대표 수출 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무보는 민간-공공 협력을 확대하며 ‘생산적 금융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8개 금융기관과 협력해 저금리·고한도를 제공하는 ‘수출패키지 우대금융’은 연말까지 3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대기업이 참여해 협력사에 우대금융을 제공하는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을 도입했다. 8월 현대차-하나은행(6300억 원), 9월 HL그룹-하나은행(1020억 원) 지원으로 시작해 향후 관세 피해 업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특례지원제도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큰 상황에서 금융이 먼저 길을 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의 미래를 키우는 정책 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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